"한석규 대상·채원빈 신인상"...'이친자' 감독, 이유 있는 자신감 (종합) [인터뷰]
[OSEN=연휘선 기자] 앞선 스릴러 드라마들이 '범인 찾기'를 중심으로 한 장르적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달랐다.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박진감 넘치고 밀도 높은 화면들로 구성해 선보인 것. 그 중심에는 '디테일'의 맛을 드라마에서도 훌륭하게 풀어낸 송연화 감독이 있었다.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 연출 송연화, 약칭 '이친자')가 오는 15일 10회(최종회)로 종영을 앞두고 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드라마다. 이에 종영까지 단 1회 만을 남기고 '용두용미'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작품을 연출한 송연화 감독을 최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송연화 감독은 지난 2021년 연말을 뜨겁게 달군 MBC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듬해 '멧돼지 사냥'을 통해 본격적으로 입봉한 그는 그리고 현재 방송 중인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인터뷰 당시 "그저께 마지막 회 편집본을 완전히 넘겼다"라고 고백한 그는 "후련하고 기쁜 마음이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마지막 회를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작업을 했다. 궁금해 하셨던 부분들이 담겨있는 회차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작품 마무리를 앞두고 송연화 감독은 특히 주인공 장태수(한석규 분) 역으로 활약한 배우 한석규에게 깊은 고마움을 밝혔다. 그는 한석규에 대해 "이 작품이 시작될 수 있게 해주셨다"라며 "선배님은 딱히 제 칭찬이 필요 없는 분이다. 그럼에도 일화처럼 말씀을 드리자면 선배님을 처음 만난 자리가 아직도 저한테 인상 깊게 남아있다. 당시엔 캐스팅 확정 전이고 미팅 자리였는데, 그 당시에 제가 선배님을 만나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집에서 일기를 썼다. '내가 꿈꾸던 배우의 이상향 같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 캐스팅이 안 돼도 이런 배우가 업계에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된다'라고. 배우의 본질에 고민한다는 게 멋지게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했고 촬영을 하면서 그 이미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같이 작업하는 것 자체도 영광이었다. 당연히 영광이지만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그런 부분이 좋았다"라고 밝혔다.
장태수의 딸 장하빈(채원빈 분)을 소화한 신예 채원빈도 송연화 감독은 높이 샀다. 특히 그는 "원빈이 호평은 정말 너무너무 뿌듯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신인들한테도 내가 너희 낳은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라고 웃으며 "워낙 이 친구들이 너무너무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알고, 가진 재능이 좋은 친구들인데 빛을 받은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그런 평가들에 보는 입장에서 너무너무 뿌듯하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배우 오연수, 유오성, 윤경호, 한예리 등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 대해 깊은 고마움과 호평들을 늘어놨다. 나아가 다가오는 연말 시상식 목표에 대해서도 "마음 같아서는 싹쓸이 했으면 좋겠는데 대상과 여자 신인상 만큼은 꼭 받았으면 좋겠다. 제 마음에서는 너무나도 한석규 선배님이 대상, 원빈이가 신인상이다"라며 웃었다.
배우들에게 공로를 돌린 송연화 감독이지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다양한 상징과 디테일 연출 포인트를 가미해 호평을 받고 있다. 프로파일러 아빠 장태수(한석규 분)와 딸 장하빈(채원빈 분) 사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디테일의 묘미를 살려 재미를 더한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극 중 주인공으로 활약한 한석규의 면모를 정면이 아닌 뒷모습으로 담아낸 장면들이 눈길을 모은 바. 송연화 감독은 "뒷모습은 감정이 세밀하고 셀수록 어떤 한 부분에서는 다 보여주지 않고 앞에서 무슨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 뒷모습에서 표현되는 게 많아서 거기서 표현을 하려고 했다. 보시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는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저건 무슨 의미이지?' 생각해보시는 부분이 생기는 게 드라마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 재미를 높여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장치들을 마련하려고 애를 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드라마에서 집이 따뜻하게 그려지고 직장이 차갑게 그려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태수의 시점으로 생각을 했을 때 그 공간이 바뀌어 있다고 생각했다. 경찰서는 주인공에게 굉장히 익숙한 공간이고 답을 다 아는 것 같은 공간이라 의도적으로 톤을 밝게 설정했다. 집은 미지의 공간이고 전혀 모르겠는, 알 수 없는 공간을 표현하고 싶어서 집은 조명 톤을 거의 안 키고 어둡게 가려고 했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한 그는 그림자 연출이 특히 뛰어나다는 반응들에 대해 송연화 감독은 "제가 기본적으로 빛이랑 그림자라는 촬영의 기본 요소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고 이용하는 걸 즐겨한다. 회차마다 제 임의로 잡아둔 게 있다. 그림자가 3회였던 것 같은데 태수한테는 이런 식의 의미를 주면서 해석할 여지를 주고 싶었다. 하빈이한테도 반대로 그림자가 이용이 됐는데 다른 의미로 유추할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촬영 감독과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분위기를 참고한 바를 밝히며 "디테일이 있을 때 찍을 때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도 있다. 애초에 대본에서 인물의 관계나 그런 것들이 대칭점으로 서있는 것들이 많다고 느꼈다. 아빠랑 딸, 혹은 비슷한 혈육의 관계에 있지만 다른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드라마를 봤을 때 '대칭'이라는 구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의도적으로 표현하려고 한 게 있었다. 대칭이 딱 맞으면서 주는 안정감도 있지만 틀어질까 봐 주는 긴장감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 지점을 분명히 전체적인 화면 방식으로 표현을 선택하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쉬운 이야기의 빠른 전개가 특징적이고, 영화보다는 직관적으로 만들어지는 듯한 드라마가 트렌드인 상황.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이러한 최근 방송가 경향과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정작 송연화 PD는 "사실 알아봐주실 수 있을 거라 막연하게 기대를 했다. 그리고 디테일 없이 가는 이야기를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이 작품이 생각해볼 지점을 마련하는 게 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봐주실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드라마들의 전개 방식에 대해 이야기가 느리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정작 중요한 질문은 물어보지 못하는 것, 하빈이가 질문이 올 때까지 물어보지 못하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왜 저래 말하면 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이 관계의 중요한 문제점 중에 하나였다. 실제 그런 가족 관계가 굉장히 많다. 그런 부분이 결국 어떻게 해소되는가가 마지막 회에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전개가 느린 것에 대해서는 큰 걱정이 없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다소 복잡하고 다층적인 사건 전개 과정에 대해서도 송연화 감독은 "복잡할 수 있지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끌어간다고 생각했다. 시청자가 볼 수 있는 흐름만 만들어주면 약간은 복잡해도 충분히 따라가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야기 자체에 대한 몰입을 높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자부했다.
이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만의 디테일한 연출 포인트들은 그 자체로 작품을 보는 재미였다. 송연화 감독은 "이 이야기에서 드라마를 보시는 데에 있어서 시각적인 재미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작품에서 한발자국 떨어져서 생각하게 만드는 포인트도 필요하다. 제가 그런 요소를 넣는 것을 재미있어 하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가족'에 대한 메시지도 작품의 핵심이었다. 송연화 감독은 "기본적으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가족 이야기이면서도, 가장 가까운 타인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아는 게 진짜 맞나?'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표현한 게 있다. 초반에는 하빈이가 의심스럽지만 중후반부엔 하빈이에 대한 연민이 강해지는데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송연화 감독이 봤을 때 제목에도 담긴 '배신'은 누구에게 해당할까. 그는 "모두가 해당되는 제목"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단 태수와 하빈이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나오는 다른 인물에게도 해당된다. 누구 한 명을 꼽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태수가 태수 자신에게 해당할 수도 있는 제목이라고도 생각했다. 본인이 살았던 삶에 대한 후회랄까, 잘못된 삶을, 어리석었던 삶을 깨닫는 순간에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공들여 작업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방송 내내 호평 속에 시청률 상승 그래프를 보이면서 "유일한 단점이 대진운"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실제 '옷소매 붉은 끝동'을 연출하며 송연화 감독에게 함께 할 기회를 준 정지인 감독과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경쟁한 것이다.
이와 관련 송연화 감독은 "선배님도 재미있게 봤다고 연락 주셨다. 제가 감히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저도 '정년이' 재미있게 잘 봤다. 선배님도 응원 많이 해주셨다"라고 자평했다. 또한 "센 작품과 붙기는 했다"라고 웃으면서도 "그래도 제가 현실적으로 기대하고 예상한 것보다 너무 많은 관심을 주셔서 그 부분은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단은 이 이야기가 분명히 던지는 메시지가 있고 그 것들을 좋아해주실 수 있는 시청자 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자체가 분명히 재미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까지는 모르겠지만 즐겨주실 수 있는 시청자 분들이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대본이 처음부터 디테일하게 완성됐던 것은 아니다. 송연화 감독은 "작품 자체가 2021년 극본 공모전 당선작이다. 기획 PD님과 작가님이랑 1년 정도 수정 작업을 하셨다"라며 강조했다.
또한 "당선 당시와 지금의 대본은 거의 많이 다른 이야기라고 보시면 된다. 4부작을 10부작으로 늘렸다기 보다 제목을 바꿀 정도로 이야기를 바꿨다. 이야기가 많이 변형되는 부분이 있었다. 부녀 관계도 처음부터 존재했고 중심 인물 스토리가 확장됐다. 대본 수정을 하면서 작가님이 제목을 바꿔야겠다고 해주셨다. 그 때 제가 소시오패스 프로파일링 서적을 보고 있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심리 서적이 있는데 영어 원제는 완전히 다른 제목이다. 그런데 번역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작품과 맞겠다고 생각해서 해당 출판사에 양해를 구하고 제목을 빌려서 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송연화 감독은 "용두용미가 완성되길 바란다. 물음표로 간직해온 부분들이 느낌표로 바뀌는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일주일에 2시간이 아깝지 않고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저희 스태프들이랑 배우들이 정말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서 만든 작품이다. 그 부분은 자부할 수 있다. 마지막회까지 열심히 만들었으니 즐겁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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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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