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송출료도 못 낼 위기…TBS 결국 법인청산 가나

최성진 기자 2024. 11. 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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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기부금 정관개정 제동에 자구책도 불가능
11월기점 법인 청산 선택 가능성에 노조 “막을 것”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티비에스(TBS) 사옥 입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최소한의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티비에스(TBS)의 정관개정 신청을 두차례에 걸쳐 반려하며, 서울시 출연기관 해제 이후 자구책을 찾으려던 티비에스의 시도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애초에 상업광고를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서울시 출연금이 끊기고 민영화도 여의치 않았던 티비에스로선, 마지막 남은 선택지가 기부처를 찾는 것이었으나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티비에스는 지금까지 약 21억원의 임금이 체불된데다 임대료와 각종 관리비마저 제때 내지 못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법인 청산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였다.

1년 내내 ‘구조조정’, 체불 임금만 21억원

12일 티비에스 노사의 설명을 들으면, 회사 쪽은 이날 오후 5시까지 현재 남아 있는 전체 임직원 23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대상 인원은 100명이며 신청자는 오는 23일 자로 퇴사하게 된다.

앞서 티비에스는 서울시의회의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 통과(2022년 11월)에 따라 서울시 출연금 지급 중단이 예고되며, 지난해 말부터 이미 수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1년간 이렇게 회사 밖으로 내몰린 직원이 130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추가로 100명을 더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쪽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재 체불 임금이 다달이 7억원씩 쌓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에 희망퇴직을 진행한 뒤, 만약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경우 일부에 대해선 불가피하게 강제 휴업 명령을 내리려고 한다”며 “1차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체불 임금 규모를 줄이되, 최악의 경우에는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정리해고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서 강제 휴업 명령을 내리면, 해당자는 무급휴직 대상자가 된다.

티비에스가 휴업 명령과 정리해고라는 극단적 수단까지 검토하게 된 데에는 임금은 물론 방송 송출과 방송사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 자금마저 마련하기 어렵게 된 현실이 있다.

티비에스는 6월 이후 연간 예산의 70%(약 300억원)에 해당하는 서울시 출연금이 완전히 끊기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티비에스 경영진은 그 대안으로 민간 투자자나 기부처를 찾아 나섰으나, 이를 통한 재원 조달은 방통위의 비협조 등으로 불가능해졌다. 거의 유일하게 남은 재원 마련 수단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협찬 수익인데, 이것도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강양구 티비에스 경영전략본부장은 “서울시에서 출연금을 받을 수도 없고 정관개정 허가도 나오지 않아 기부금도 못 받는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협찬 수익을 늘리는 것”이라면서도 “티비에스와 오래 관계를 맺었던 곳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나, 방송을 정상적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협찬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티비에스에서 그나마 ‘정상적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은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 등 외부 협찬을 받는 프로그램 세개가 전부다.

월 4천만원 송출료 못 내 ‘방송 정파’ 위기도

경영난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티비에스 구성원들이다. 직원 임금은 6~8월까지 일부 지급됐으나, 9월부터는 완전히 끊겼다. 남은 230명 중 약 60명은 무급휴직 중이고, 전일제가 아니라 주 15~30시간만 일하는 시간선택제로 근무형태를 바꾼 이들도 다수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당장의 생계 문제 해결을 위해 택배 상·하차나 방송 편집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다.

임금 체불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방송 송출에 필요한 송출료와 건물 임대료·관리비 등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티비에스는 임대료와 관리비에 이어 지난 9월부터는 월 최소 4000만원에 이르는 송출료까지 연체해 한때 회사 안팎에서 ‘12월 정파설’이 돌기도 했다.

송지연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티비에스지부장은 “송출료를 내지 못하면 티브이(TV)는 블랙아웃이 되고 라디오는 정파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남은 모두가 무급으로 버티겠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티비에스는 최근 미납 송출료를 납부해 방송 중단 위기는 일단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회사가 추진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계획대로 실행한다 하더라도, 재원 마련 방법을 찾지 못하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것이 티비에스가 처한 현실이다. 이에 티비에스 안팎에서는 11월을 기점으로 경영진이나 이사회 차원에서 스스로 법인 청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티비에스 사쪽 관계자는 “그건 구성원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며 “만약 ‘휴업 명령이나 정리해고까지 하면서 동료를 떠나보낼 바에야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는 의견이 다수라면, 현재 경영진이나 이사회는 그런 의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송지연 언론노조 티비에스지부장은 “체불 임금 규모가 계속 늘어나며 사내에서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만큼, 노조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이를 막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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