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레이더] 갈림길에 선 공공배달앱…소비자·가맹점 혜택에 성패
"가맹점 확대·차별화 방안 찾아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대형 민간배달앱의 지나친 수수료와 독과점에 맞설 대안으로 나온 공공배달앱의 지역별 성과가 엇갈리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바깥 활동이 제한되던 2020년 이후 지역 소상공인을 돕고 지역주민의 배달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공공배달앱 운영을 지원해왔다.
공공배달앱은 결국 배달앱 가맹 소상공인과 이용 소비자의 혜택을 늘리는 보완책, 대형 민간배달앱과 차별되는 전략이 마련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폐지, 고전, 순항…지자체별로 성과 엇갈려
공공배달앱이 본격 시행된 지 3∼4년 지나면서 나온 각 지자체의 공공배달앱 성적표는 폐지, 고전, 순항으로 엇갈린다.
강원도는 2021년 출시한 공공배달앱 '일단 시켜'를 시정 점유율에 비해 재정 지원 부담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말 폐지했다.
부산시는 44억원을 들여 구축한 공공배달앱 '동백통' 서비스를 출시 2년 만인 지난 5월 종료했다.
대전시와 충남도 역시 2021년 5월부터 민간업체와 협력해 공공배달앱을 운영했으나 이용 실적이 저조해지자 2년 만인 지난해 예산 지원을 모두 중단했다.
전북 남원시 공공배달앱 '월매요'는 지난 8월 1일부터, 경남 진주시 공공배달앱인 '배달의 진주'는 지난 8일부터, 춘천시 '불러봄내'는 지난해 10부터 각각 운영을 종료했다.
이용률은 낮고 재정 부담은 늘어난 것이 서비스 종료의 가장 큰 이유다.
이용 수수료를 낮추고 할인율을 높이려고 지자체가 쏟아부어야 하는 예산 부담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공공배달앱은 가맹점의 가맹료와 광고료가 없어 운영을 위한 재정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지원 예산이 감소하자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도 적어졌고 이에 따라 이용자까지 점차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고전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경기도의 '배달특급', 인천의 '인천이음', 충북의 '먹깨비'와 '땡겨요'는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공배달앱은 저렴한 중개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대형 민간 배달앱보다 이용률이 저조한 편이다.
특히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2021년 이용자가 66만명에 달했지만, 올해 9월 49만명으로 17만명이나 감소했다. 월별 평균 거래액도 2021년에는 85억원, 2022년 109억원까지 늘었다가 올해는 월평균 55억원에 그치며 반토막 났다.
공공배달앱이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곳도 있다.
대구시 공공배달앱 '대구로'는 출시 3년째를 맞은 올해 8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55만4천명을 돌파했다.
'대구로'는 가맹점 등 소상공인에 친화적인 수수료 정책과 온누리상품권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전통시장 접근성을 높인 점이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충북과 같은 먹깨비 공공배달앱을 이용하는 전남의 누적 매출액은 200억원을 돌파했다.
광주 공공배달앱 '위메프오'와 민관 공동 운영 앱 '땡겨요'의 가맹점 수는 출시됐던 해인 2021년 1천240곳에서 현재 1만3천838곳으로 11배 증가했다.
광주는 최근 지역 연고 프로야구팀의 우승에 힘입어 주문 건수와 매출액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도 '먹깨비' 앱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매월 주문 건수가 1만건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주문 건수는 2만6천건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기존 배달료 지원에 더해 5천원 추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반짝 흥행을 거뒀다.
가맹 소상공인·소비자 혜택에 성패 달려
공공 또는 민관 공동 운영 배달앱은 대형 민간 배달앱보다 낮은 중개수수료 등을 무기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가맹 업체 수가 민간 배달앱에 비해 턱없이 적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엔데믹 이후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배달 시장 규모가 이전보다 작아진 점도 공공형 배달앱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공배달앱은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가 각각 2% 안팎으로 민간 배달앱보다 저렴하지만, 가맹 업체들이 음식 등의 소비자 주문 건수가 적다는 이유로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
가맹 업체가 적다 보니 소비자들은 선택할 수 있는 매장이 적다는 이유로 주문 등 이용량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가맹 업체가 860여곳에 불과한 경남 진주 '배달의 진주' 앱의 지난 10월 한 달간 가맹점당 평균 매출 주문 건수는 6.5회, 매출액은 17만원에 그쳤다.
한 소비자는 "공공배달앱이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이용하고 있지만, 음식 등을 주문할 때 가맹 업체가 적어 선택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 다양한 상품이 있는 대형 민간 배달앱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 가맹 업체를 늘리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공배달앱이 대형 민간 배달앱보다 가맹 업체 수는 적어도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한다면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틈새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온누리상품권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전통시장으로 가맹점을 넓힌 대구의 '대구로'와 지역화폐 '탐나는전'을 활용해 매출액이 적은 작은 점포로 가맹점을 확대한 제주도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박지형 전북 군산시 상권활성화재단 사무국장은 "공공배달앱의 이용률이 비록 감소하고 있지만 결제 수수료와 광고료 등이 거의 없어 소상공인에게는 여전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계속해서 지자체가 앱의 기능을 보완하고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정부 역시 각종 지원을 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배달앱 이용 실적이 저조한 경기도는 최근 2% 이하 낮은 중개수수료를 유지하는 민관 제휴 배달앱 사업자로 신한은행 '땡겨요'와 먹깨비의 '먹깨비'를 선정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들 2곳 제휴 배달앱에 경기 지역화폐 결제 시스템을 연계할 방침이다.
배달 서비스 이용자 선택의 폭을 넓혀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배달시장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도는 또 음식점 등 가맹 업체와 협력해 공동배달앱인 '배달특급' 이용 시 가격을 어느 정도 할인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주시는 "정부와 국회가 공공배달앱 활성화 지원과 대형 민간배달앱 중개수수료를 5%로 제한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며 법제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6월 지자체에 공공배달앱 홍보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공배달앱을 보완할 수 있는 조치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신민재 민영규 우영식 이상학 김소연 최수호 장덕종 김형우 김진방 장지현 박정헌 고성식 기자)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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