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입시로 읽는 한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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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14일 목요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다.
한국의 수험생들은 할 일이 많다.
일본의 대학 입시는 '정시 아니면 수시'인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한국의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와 비견되는 일본의 명문 사립대학교인 와세다대, 게이오기주쿠대에도 이 시스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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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14일 목요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다. 한국의 수험생들은 할 일이 많다. 대입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내신을 위해 지필고사뿐만 아니라 수행평가를 챙겨야 하고 생활기록부까지 신경 써야 한다. 내신을 잘 받아 수시 전형에 합격하더라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춰야 하니, 내신이 좋다고 수능 준비에 소홀해서도 안 된다.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에 집중하려는 '정시파이터'도 있지만, '수능 경력자'인 N수생과 경쟁해야 하니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내신과 수능을 골고루 준비하며 바쁜 3년을 보낸다.
일본의 대학 입시는 '정시 아니면 수시'인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한국에 없는 '부속고등학교' 제도가 대표적이다. 부속고등학교는 특정 대학과 연계된 고등학교로, 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해당 대학교로 자동 진급이 보장된다. 한국의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와 비견되는 일본의 명문 사립대학교인 와세다대, 게이오기주쿠대에도 이 시스템이 있다. 중학생 때 열심히 공부해 부속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3년간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대학 내 학과 선택은 성적순이므로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려면 내신 관리를 해야 하지만, 특정 전공에 대한 욕구가 없는 이상 명문대 입학이 보장된다는 점은 큰 이점이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이공계 연구직 등 극히 일부 계열을 제외하고는 대학교 전공보다 학교 이름에 더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어, 명문대 출신이면 학과로 불이익을 보는 경우보다 학교 이름으로 이익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 더불어 부속고등학교뿐 아니라 부속 중학교, 초등학교도 존재한다. 어린 시절부터 명문대 부속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입학하면 부속 고등학교, 대학교로 자동 진학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에스컬레이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지정 고등학교 추천제도'가 있다. 이는 대학이 우수한 고등학교를 '지정 고등학교'로 선정해, 매년 일정 기준을 충족한 학생을 추천받아 합격시키는 제도이다. 지정 고등학교에 입학해 3년간 내신 관리를 잘하면 별도의 시험 없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부속 고등학교나 지정 고등학교를 거치지 않은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대학입학공동테스트와 대학별 본고사를 준비해야 한다. 본고사는 대학과 학과별로 유형이 달라 지원 대학에 맞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가 와세다대 재학 시절 놀랐던 것은, 부속 고등학교나 추천 제도로 진학한 학생에 대해 "나는 힘들게 들어왔는데 남은 쉽게 들어왔다"는 식의 비난이 없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대학에 입학한 이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인식을 느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부속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어린 시절 더 열심히 공부했을 거라고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이처럼 남의 노력을 폄하하지 않고 서로의 환경을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남과 비교하며 비관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본에는 한국과 같은 기회균형 전형이 거의 없다. 기회균형 선발(통합전형)은 저소득층, 농어촌 학생, 북한 이탈 주민 등을 배려하기 위한 전형으로, 2024년부터 한국의 모든 대학은 인원의 10% 이상을 기회균형 전형으로 의무 선발해야 한다. 주어진 환경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있었지만, 한국처럼 불공평함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역시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강소윤 통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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