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뉴욕의 숨겨진 과거로의 시간여행 '스톤 스트리트 역사지구'

2024. 11. 13.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지난 기고에서 로어 맨해튼의 파이낸셜 디스트릭트를 살펴본 데 이어, 이번 기고에는 그 중심에 위치한 스톤 스트리트 역사 지구에 주목하고자 한다. '뉴욕의 소울은 거대한 건축물이 아닌 골목길에 있다'라는 말처럼, 뉴욕의 진정한 매력과 정체성은 그 숨겨진 골목길과 역사적인 거리에서 발견된다. 특히 파이낸셜 디스트릭트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빽빽한 고층 빌딩들로 이루어진 도시적 풍경 속에는 뉴욕의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거리들이 자리하고 있어, 이 도시의 발자취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는 뉴욕의 초기 개발과 깊이 연관된 여러 오래된 거리들이 있다. 이 거리들은 미국의 탄생과 성장을 목격해 온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거리는 지난 기고에서 언급한 월 스트리트와 함께,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부터 존재했던 브로드 스트리트와 펄 스트리트 그리고 이번 기고가 주목하는 스톤 스트리트가 대표적이다. 브로드 스트리트는 뉴 암스테르담 시절 시장과 공공 집회 장소로, 펄 스트리트는 초기 식민지 시절 해안선을 따라 뉴욕의 해상 무역과 경제 발전의 중심지로 기능했다. 스톤 스트리트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고층건물 사이의 복잡하고 좁은 비정형 가로를 해매다 보면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된다. 저층의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축물과 돌로 포장된 거리가 조화를 이루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저녁 시간이 되면, 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오래된 레스토랑과 선술집들이 불빛으로 거리를 밝히고, 야외 테이블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활기는 누구나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스톤 스트리트는 17세기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에 형성되어 가로상에 양조장들이 위치함에 '브라우어 스트라트'로 불렸고, 당시 뉴욕에서 최초로 돌로 포장된 도로였다. 이는 이 거리가 상업적 중심지로서의 번성했음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이곳은 상인과 장인들이 모여들어 경제 활동의 중심지로 기능했고, 특히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서 뉴 암스테르담의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스톤 스트리트는 개발 압력으로 인해 많은 건축물이 철거되거나 개조되면서 그 역사적 가치가 점차 퇴색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 뉴욕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스톤 스트리트는 그 보존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 결과, 1996년에 가로의 양쪽 블럭을 포함한 지역은 역사 지구로 지정되었으며, 이는 스톤 스트리트가 단순한 거리를 넘어 뉴욕의 중요한 역사적 유산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뉴욕의 역사 지구 제도는 1965년 급속한 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역사적 건축물과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뉴욕시 랜드마크 보존 위원회에 의해 운영되며, 도시 개발과 역사적 유산 보존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스톤 스트리트는 뉴욕시의 역사 지구 지정과 보존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는 뉴욕이 현대적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과거를 존중하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임을 증명한다. 또한 도시의 역사적 유산을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한 공공부문의 제도적 개입과 동시에 이를 인용하는 성숙한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다. 그 결과, 스톤 스트리트은 뉴욕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변모하였고, 현재 다양한 문화 행사와 축제들이 열리는 무대로도 활용되고 있어, 사계절 내내 생동감 넘치는 독특한 지역으로 유명해졌다. 필자는 누군가 뉴욕을 방문한다면 이곳에서 그 도시적 진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권한다.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