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하이브리드의 힘
지난 여름, 일본 교토국제고가 한신 고시엔야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교를 2대 1로 꺾고 정상에 올라 한일 양국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교토국제고가 80여년 전 재일교포들이 민족교육을 위하여 설립한 한국계 학교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본 고교 야구부 숫자가 4000여개에 달하니 우승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가수 김장훈은 오는 12월 17일 일본 교토국제고를 찾아 우승을 축하하는 기념 공연을 진행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우승이 한국 또는 한국야구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실은 조금 다르다. 25년 전 야구부 창설 초기 교토국제고는 무려 34대 0의 콜드게임 패라는 수모를 당한 적도 있다. 당시 선수는 대부분 재일교포나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인 학생 비율이 70%에 이르는 등 국제학교의 성격이 더 강하다. 이번 우승은 교토국제고가 국적보다는 실력에 방점을 두고 학생들을 선발하고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교토국제고의 우승이 주는 진정한 의미는 '동해'가 들어가는 한국어 교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민족중심주의가 아니라, 개방과 경쟁으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K팝 그룹 중에도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국인 멤버를 받아 들인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블랙핑크가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 팝스타 브루노마스와 협업한 '아파트 뮤직비디오'로 조회수 2억5000만뷰를 넘어선 로제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이중국적자다. 또 다른 멤버 리사는 태국출신이다. 가수 김재중이 만들어 가고 있는 걸그룹 세이마이네임은 다국적 7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한일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 출신 혼다 히토미, 메이, 카니, 소하, 도희, 준휘, 승주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 국적 네 명, 일본 국적 두 명, 태국 국적이 한 명이다. 하이브가 만든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진행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젝트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통해 탄생된 6인조 걸그룹이다. 한국인 윤채를 필두로 미국인 다니엘라, 인도계 미국인 라라, 스위스인 마농, 싱가포르 화교계 미국인 메간, 필리핀인 소피아까지 다국적 멤버들이 뭉쳤다.
골프황제 타이거우즈는 자신의 정체성을 '코카블레시언'이라고 했다.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의 혼혈'이라는 뜻이다. 전 미국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하이브리드의 전형이다. 아버지는 케냐 출신 흑인 미국 유학생이었고 어머니는 백인이었다.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는 인도네시아 남성과 재혼하게 된다. 오바마는 흑인, 백인,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게 됐다. 이런 요소들이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유리한 조건이 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전 도쿄대학 농업경제학 교수 이마무라 나라오미에 의해 주창된 6차 산업도 1차, 2차, 3차 산업의 유기적·종합적인 결합으로 지역에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농가소득 향상, 고용기회 창출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하이브리드개념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농촌지역 빈집 허물기도 발상의 전환으로 빈집 활용을 통한 마을호텔, 지역호텔 등으로 전환한다면 1차 산업과 3차 산업이 결합한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일본 다케하라의 마을분산형 숙박업소 니포니아 호텔은 적극 참고할 만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시대의 흐름은 하이브리드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들이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외부와 교류하면서 소통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 19세기말 척화비를 세우면서 쇄국정책을 펼친 조선과 메이지유신을 단행하면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의 그후 100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로마이야기를 쓴 시오노나나미는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고, 길을 만드는 자는 흥할 것이다"라고 했다. 유세준 세종시문화관광재단 관광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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