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항공유, 가야할 길이지만 투자·제도 걸음마 단계
정유 업계, 시설 구축 초기 비용 커 정부 지원 대책 요구
"SAF 국가전략기술 지정하고 투자 세액 공제 확대해야"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세계 각국의 탄소 규제로 친환경항공유(SAF) 사용이 의무화되고 갈수록 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국내 정유업계 투자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정유사의 경우 기존 설비에 바이오 원료를 혼합해 SAF를 생산하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이 방식으로는 SAF 생산량이 적어 언젠가는 SAF 100% 전용 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당장 수익성을 맞추기에는 초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SAF 생산 국가전략기술 지정 △투자 세액 공제 확대 △보조금 지급 등 SAF 육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AF란 폐식용유, 생활폐기물, 해조류 등 친환경 연료로 만들어진 항공유를 뜻한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를 대거 감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세계 SAF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3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역내에서 착발하는 모든 항공기를 대상으로 SAF를 2% 이상 혼합토록 의무화 할 예정이다. 이 비율은 오는 2050년 70%로 높아진다. 미국은 2050년 100% SAF 의무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국내 정유사들도 SAF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 9월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췄다. 이미 상업 생산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도 SAF 생산을 위한 바이오원료 저장 탱크와 전용 배관 구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사의 경우 SAF 생산에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을 사용한다.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제조법이다. 다만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생산되는 SAF 비율은 5%에 불과할 정도로 소량이라 향후 확대되는 SAF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제조방식으로는 적절치 않다.
핀란드의 바이오연료 생산기업 네스테는 이미 100% SAF를 생산 중인 반면 국내 정유사들은 100% SAF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조차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코프로세싱 방식은 기존 정유 생산 설비를 개조만 하면 되지만 100% SAF를 생산하기 위해선 전용 공장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문제는 전용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 데 적게는 몇 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들어간다는 데 있다.
이렇다보니 업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지만 관련 지원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SAF는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돼 3% 시설 투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100% SAF 설비 구축을 위해선 새로운 공장을 증축해야 하는데 투자되는 금액이 크다보니 지금 단계에서 추진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 일본 등은 SAF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SAF 생산 시설 구축 기업에 5년간 10억 달러(약 1조 4048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또 세액공제 해택도 제공한다. 일본도 SAF 생산설비 투자지원으로 향후 5년간 3368억엔(약 3조 8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활발하다.
만일 SAF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다면 SAF 시설 투자에 1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대한석유협회는 올 초부터 기획재정부에 SAF 생산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등의 투자 세액공제 방안을 건의했다.
하지만 기재부로부터 특별한 답변을 얻지 못한 상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100% SAF 생산 설비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 없이는 글로벌 SAF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또 비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된 SAF 자체에도 세액을 공제해주는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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