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또 온다, 내 ‘지갑’ 지킬 방법은

조문희 기자 2024. 11. 13.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수혜 업종‧시장으로 대규모 ‘머니 무브’
“美증시‧가상자산 확대, 금리 인하 지연 대비해야”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1. 30대 개인 투자자 A씨는 미국 대선 이후 '인버스(Inverse)' 투자에 나섰다. 상승 기대감에 투자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방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이후 국내 증시 침체가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내린 결정이다. 가상자산에도 다시 발을 들였다. 장기간 마이너스였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어느새 수익권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 내년 1월 변동금리 재산정을 앞둔 B씨는 걱정이 한창이다. B씨는 올해 초 첫 내 집 마련에 성공하면서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 상품에 가입했다. 지난 9월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서, 내년 금리 재산정 시점부터는 본격적으로 금리가 내리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에 금리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얘기가 들려, 금리 인하는커녕 오히려 상승할까 걱정이다.

미국 대선의 충격파가 국내 자산시장에 그대로 전해지는 흐름이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경제)'의 귀환을 앞두고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트럼프 2기 내각 수혜 업종 또는 수혜 시장으로 자금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중이다. 트럼프노믹스는 평범한 한국 개인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 ⓒ 연합뉴스

뭉칫돈 빨아들이는 美시장…울상 짓는 코스피

미 대선 이후 나온 금융투자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공통된 키워드는 '국장(국내 증시) 약세'다. 뉴욕 증시와 가상자산, 방산‧조선 등 수혜가 전망되는 시장과 업종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국내 증시는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반도체 업종의 비중이 큰 편인데, 공교롭게도 반도체는 대표적인 '트럼프 피해주(株)'로 꼽힌다. 실제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미 대선 당일부터 5거래일간 이후 주가가 7% 빠졌고,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3%, 5%가량 내렸다.

국내 증시에서 자금은 빠르게 빠져나가는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1개월 만에 5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탈한 자금은 미국 증시로 향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11월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 한화 약 141조원 규모로 치솟았다.

노동길‧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 당위성을 잃고 있는 반면, 미국 증시는 세계 경기와는 차별화된 이익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뉴욕 증시의 가격이 이미 고점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있지만, 기술주의 좋은 실적이 수급을 지탱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국장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해외 증시와 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아울러 '친(親) 코인'을 천명한 트럼프의 당선 이후 가상자산 시장으로도 자금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11월11일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5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일 거래대금은 20조원에 육박했다. 당일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 18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트럼프발 규제 완화 효과일 것"이라며 "향후 비트코인 중심의 장세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지털자산 기업과 알트코인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단 이 같은 장세가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산시장은 기대감을 선반영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 전략은 결국 트럼프노믹스의 공약이 실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 코스피는 동트기 직전 가장 어두운 시점"이라며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세를 보이면 11월 중순 이후 분위기 반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금리 인하 점쳤는데 트럼프 귀환에 '비상'

트럼프노믹스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금리 향방이다. 글로벌 자산 시장은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를 점쳤는데, 트럼프 2기 내각 출범을 계기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관세 부과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가 오르면 수입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상품 가격은 오르게 된다.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면, 각국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

실제 미 대선 당일이던 11월6일, 트럼프 당선이 가시화하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4%를 넘어서며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영향으로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3.137%로 하루 만에 0.062%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와 연동된다. 국고채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대출금리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이미 지난 10월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 상태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라는 금융 당국의 주문으로,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높여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에 당장 부동산 시장은 거래 한파기에 접어들었다.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고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금리 인하 시점이 더 지연된다면, 부동산 시장 관망세는 더 길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다만 금리 향방 역시 '실제 정책 반영도'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2기 내각 출범을 계기로 한국의 경기 침체가 가속화한다면, 오히려 금리 인하 필요성이 짙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 국내 경기는 둔화 폭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미국과 달리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이 강화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폭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