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교도소 세트장-그대를 향한 내 마음, 철컹철컹[정태겸의 풍경](75)
예전에는 전북 익산을 여행지로 생각할 만했다. 충청도와 전라도로 뻗어 나가는 기찻길이 익산으로 모여들어 인구도 많았고, 여행하기 좋은 여건이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여행지 익산’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흐름을 바꿔놓은 게 있으니 익산 교도소 세트장이다. 폐교를 고쳐 교도소처럼 꾸민 곳인데, 온갖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이제는 여기를 찾는 사람이 꽤 많아졌다. 여기에 하나의 장치를 더 했다. 수갑이다. 언젠가부터 연인들은 온갖 여행지에 자물쇠를 걸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부질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연장선으로 떠올린 게 수갑이었다. 모든 건 관광두레 기획자의 아이디어. 교도소와 수갑의 원래 의미를 뒤집어 버린 생각의 전환이 전국의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세트장만 덩그러니 있었다면 지금 같은 호응은 없었을 거다.
익산의 별칭도 만들었다. ‘고백의 도시’. 여러 의미를 담았다. 그만큼 갈 곳, 볼 곳, 먹을 게 많다는 의도이기도 하고, 고백하기 좋은 도시라는 뜻이기도 하다.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철조망에 수도 없이 많은 수갑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자진해서 철창 안으로 들어가 익살맞은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저 삭막한 철창과 철조망에, 로맨스라니. 나도 하나 걸어볼까 고민하다 그만두기로 했다. 기왕 할 거면 아내가 보는 앞에서 하는 게 맞다. 혼자서는 궁상맞기 그지없는 짓일 뿐이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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