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절반 또는 이제 절반[편집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꼭 절반을 지났습니다. 2022년 5월 10일에 취임을 했으니 2년 6개월 지난 2024년 11월 10일이 그 ‘반환점’입니다. 윤 대통령의 임기 중 절반을 보낸 한국 국민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요. ‘윤 대통령의 임기가 어느새 절반이나 지났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이제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할까요.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국민의 생각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9%를 기록했습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72%였고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입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4월 총선 후 줄곧 20%대에 머물다 임기 절반을 채우기도 전에 10%대로 추락했습니다. 한국갤럽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5년 차인 2012년 1월부터 매주 직무 수행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를 밑돈 것은 2012년 7월 중순이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최저 지지율이 29%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임기 4년 차인 2016년 10월 말에야 최초로 20%선이 붕괴해 17%를 기록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국정농단’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5%까지 떨어졌고, 결국 탄핵이란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제 절반밖에 지나지 않은’ 또는 ‘아직 절반이나 남은’ 윤 대통령의 임기는 어떻게 될까요. 주간경향 이번 호는 윤석열 정부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표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목소리로 전국이 들끓었던 2016년 가을의 상황과도 비교해봤습니다. 당시에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분노가 도화선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으나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그해 봄에 진행된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국회의 주도권은 야당이 쥐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검찰과 여당은 민의와 상관없이 ‘대통령과 그 배우자 지키기’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8년 전 탄핵에도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경험한 시민들은 좀처럼 거리로 나오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습니다. 회견을 시작하자마자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관해 사과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되레 자신과 배우자의 억울함을 더 많이 피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남은 절반의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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