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ADC 시장 잡아라"…셀트리온·리가켐·ABL, 세계무대 도전장

강승지 기자 2024. 1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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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ADC 2024' 셀트리온·리가켐·에이비엘 등 연구현황 소개
업계 "R&D 협업·탄력적 허가시스템 구축 등 맞춤형 지원 필요"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혁신 기술로 손꼽히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은 지난 4~7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월드 ADC 2024'를 통해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세포 사멸 기능을 가지는 약물을 연결해 만드는 기술이다. 항체와 약물을 접합시켜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겨냥할 수 있다.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28년 198억 달러(약 26조 원)로 지난해 대비 연평균 15.2% 성장이 예상됐다.

ADC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76억 달러(10조 원), 지난해 97억 달러(약 12조 6000억 원)로 점차 확대했다.

독성 강한 약물을 항체에 붙일 수 있는 특징 때문에 유방암, 방광암 등 고형암과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에 적용돼 개발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 개발된 신약은 없지만 기업들은 기술 이전·도입, 지분 투자, 공동 연구, 위탁개발생산(CDMO) 등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의약품 표적법(모달리티)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1650개 중 ADC가 64건으로 4%를 차지했다.

기업들의 도전은 최근 개최된 월드 ADC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4~7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진행된 월드 ADC는 올해로 15회차인 ADC 분야 국제 학회다. 이번 행사에서는 12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최신 연구와 기술 동향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셀트리온은 비소세포폐암 ADC 후보물질 'CT-P70', 방광암 등 여러 고형암 적응증을 목표로 하는 'CT-P71'의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이 후보물질들에는 셀트리온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발굴한 피노바이오의 ADC 플랫폼 'PBX-7016'을 활용했다.

CT-P70은 암세포에서 활성화되면 종양 성장을 유발하는 c-MET(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다. 전임상에서 CT-P70은 시험관 및 생체 내 c-MET 발현 폐암·위암에서 종양 억제에 효과를 보였으며, 독성 시험에서도 안전성을 확인했다.

CT-P71도 전임상 연구에서 방광암·유방암·폐암의 종양 억제에 효능을 나타냈고, 독성시험에서 우수한 안전성을 보였다. 셀트리온은 CT-P70, CT-P71을 계열 내 최고 신약(Best in Class)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ADC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리가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도 각각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특히 리가켐바이오는 월드ADC의 제11회 ADC 어워즈에서 '최고 ADC 플랫폼 기술상'을 받았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ConjuALL'(콘쥬올)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접합 기술을 기반으로 합성 약물(페이로드)의 독성을 낮춰 종양 세포에서 높은 농도로 활성화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회사는 고형암 등을 타깃하는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월드 ADC에 참석해 이중항체 ADC 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이중항체 ADC는 암세포의 저항성 획득을 억제할 수 있어 단일항체 ADC 대비 안전성과 항암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지난 2022년 11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바이오투자포럼 2022'(GBIF 2022)에서 '난치질환 치료 희망...이중항체 플랫폼 어디까지'를 주제로 연설을 하던 모습. 2022.11.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이중항체 ADC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빠른 시장 진입을 통해 글로벌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중으로 최대 3개 이중항체 ADC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서(IND)를 제출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런 국내 기업의 ADC 신약 개발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집중적인 R&D 지원과 탄력적인 인허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 ADC 연구개발 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존 저분자 의약품이나 단백질 의약품과는 차별화된 국가 연구과제 및 예산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협회는 또 "업계가 과감하게 도전하도록 ADC 개발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며 "임상시험 승인 기준 관련 가이드라인 재정립, 글로벌 최신 규제·정책에 대한 유연한 대처, 업계 의견 청취 등을 통한 탄력적이고 신속한 신약 허가 시스템 구축도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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