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오겜2' 스토리 핵심='응징'에 미친 이정재"[일문일답]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오징어 게임' 시즌2의 황동혁 감독이 새 시즌에 대한 힌트를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 공개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 '오징어 게임' 시즌1로 전세계를 사로잡으며 글로벌 크리에이터로 거듭난 그는 전세계의 기대 속에 올 연말 '오징어 게임' 시즌2를 공개하는 설렘과 떨렘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황동혁 감독 일문일답 전문.
Q. 시즌 1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는데 소감은? 또한 시즌 2 각본을 포함해서, 준비 과정은 어땠는지.
"시즌 2 각본을 쓰는 일은 더 어려웠던 점과 더 쉬웠던 점이 공존했던 것 같습니다. 시즌1의 틀과인물들이 있었고 세계관과 장소가 있었기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시즌1을 쓸 때만큼의 어떤 막막함은 없었습니다. 조금 더 의지할 수 있는 세계가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그런 점에서는 더 쉬웠다 라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시즌 1에서 이미 많은 인물들이 죽었고, 얼마 남지않은‘기훈’과 그 인물들을 가지고 시즌 2의 이야기를 이어가야 됐었고, 시즌 1보다는 조금 더 진일보한, 더 깊게 들어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더 강하고 더 확장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게임도 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또 어떤 면에서는 시즌1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준비는 열심히 했습니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된 이후에 각본 단계부터 지금까지 거의 쉼없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을 해왔습니다. 시즌1이 전 세계에서 워낙에 큰 사랑을 받아서 그만큼 또 즐겁기도 했지만 시즌 2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는 그 사랑이 그만큼의 부담이 되어서 돌아오는 걸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그 부담감을 의식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오직 작품으로만 마무리를 하고 싶어서 최대한 그 부담감에서 벗어나서 즐겁게 시즌 2 이야기를 만드는데 노력을 했습니다."
Q. 시즌 1은 ‘기훈’이 공항에서 돌아나오면서 끝났다. 시즌 2에서는 ‘기훈’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나. 또한 시즌 2 첫 촬영을 시작하는 날은 어땠나.
"시즌 1의 마지막에 ‘기훈’이 전화에 대고 '난 말이 아니야. 난 사람이야. 그래서 궁금해. 너희들이 누군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섭니다. 그래서 시즌2의 이야기는 돌아선 ‘기훈’이 자기가 한 말을 토대로 행동해 나가는 과정들이 됩니다.
첫 촬영할 때 좀 신기한,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시즌 1 엔딩을 찍을 때만 해도 시즌 2를 하게 되리라는 예상은 못 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시리즈 작업이 힘들어서, 웬만하면 다시는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그 빨간 머리의 ‘기훈’과 공항에서 그가 돌아서는 순간을 이어서 촬영하게 됐을 때 ‘내가 다시 이 세계 안으로 돌아왔구나’ 하는 어떤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어떤 인연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Q. 시즌 1이 공개되었을 때, 작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인 메시지가 화제였다. 시즌 2에서 다루는 이슈나 주제는 무엇인가.
"시즌 1에 있던 투표 제도가 시즌 2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게임 주최 측은 투표 제도를 시즌 1에 비해서 훨씬 더 강력하고 더 교묘하게 사용합니다. 시즌 2에서 참가자들은 매 게임이 끝난 후에 투표를 통해서 게임을 계속할지 중단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시즌 2에서는 매 게임마다 투표를 하는 과정들이 나오고,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의 의지에 반하는 투표를 한, 그러니까 속행이냐 중단이냐를 가지고 양쪽이 갈라져서 더 격렬하게 갈등하고 대립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종교, 이념, 배경, 성별, 인종으로 인해 분열과 갈등, 증오 같은 것들이 일어나고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시즌 2에 좀 더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O와 X로 나뉜 집단들이 어떻게 갈라지고, 어떻게 서로를 증오하고, 대립하고, 갈등하는지를 묘사해봤습니다.
서로를 반대로 규정하고 반대자로 낙인을 찍고, 끝없는 혐오를 표현하는 것이 인터넷 공간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확장되어 이미 실생활에서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시즌 2에서도 O 또는 X로 서로의 가슴에 라벨을 붙이고, 좌표를 찍고, 낙인을 찍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모습들을 그렸습니다. 이 작은 사회, 이 작은 게임장 안의 사람들을 통해서 전체 사회의 모습이 ‘지금 이렇지 않은가’,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라는 이야기를 마치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해서 한번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보시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지금 나 자신은 저기에 해당되지 않는가’, ‘난 어떤 모습인가’를 한번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장치들을 마련한 것 같습니다."
Q. 시즌 2로 돌아오는 ‘기훈’ 캐릭터의 변화와 이에 관해 이정재 배우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기훈’ 캐릭터는 시즌 2를 만들면서 사실 제일 어려운 지점 중 하나였습니다. 시즌 1에서의 ‘기훈’은 약간 천방지축이고 어떻게 보면 약간 애 같고, 철이 덜 든 것 같다가도 때때로 버럭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고, 천성 자체가 굉장히 인간적인 그런 캐릭터였는데, 시즌 1의 막판에 ‘기훈’의 캐릭터는 조금 바뀌게 됩니다. 상금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일들 때문에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상금을 가지고 다시 딸을 만나 제대로 행복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기훈’은 이미 근본적으로 변해버렸고, 시즌 1 엔딩에서 그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 ‘빨간 머리’입니다.
이정재 배우에게도 그런 점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캐릭터 ‘기훈’을 연기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시즌 2를 위해 캐릭터의 방향을 바꿔야만 했습니다. ‘기훈’의 변화는 시즌 2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시즌 1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깊이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는 핵심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기훈’은 시즌 1의 말미에 이제 많은 걸 깨달았고, 시즌 2부터는 ‘그들을 찾아내서 응징해야 한다’는 어떤 맹목적인 목적 하나에 사로잡힌 사람이라, 그걸 위해 미친 듯이 달려나가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걸 지켜보는 것이 시즌 2의 가장 주요한 스토리이고 가장 중요한 감상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Q. 시즌 2에서는 수수께끼였던 ‘프론트맨’이 누구인지 더 깊이 파고든다. 이병헌 배우와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처음에는 ‘프론트맨’이 가면을 벗을 때, 특히 한국 팬들에게 깜짝 포인트를 주기 위해 이병헌 배우에게 출연을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병헌 배우는 아주 잠깐 나오는 역할이어도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뭘 해야 되냐, 내가 왜 이러냐 등등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프론트맨’ 캐릭터가 더 개발되었고, 그 뒷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있습니다.
이번 시즌 2에서의 ‘인호’와 ‘준호’의 이야기는 사실 시즌 1 대본을 쓸 때 대부분 구상했었습니다. 물론 이병헌 배우와 시즌 2 때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작업을 했고, 이병헌 배우의 질문으로 그의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즌 1은 범인을 모르는 추리극 같은 것이었다면 시즌 2는 범인을 이미 알려주고 시작하는, 하지만 이 범인이 그럼 어떻게 자기의 범죄를 숨기고 해나가는가를 보는 것이 재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시즌 1에서 잠깐 출연했었던 ‘딱지남’이 다시 시즌 2에 등장한다. 공유 배우가 맡은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
"‘기훈’이 찾아내려는 건 게임의 주최자들입니다. 가장 위에는 VIP라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그 밑에는 ‘프론트맨’, 다시 그 밑으로는 ‘기훈’을 게임으로 끌어들였던 ‘딱지남’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훈’이 현실적으로 가장 처음으로 찾고자 하는 사람은 당연히 밖에서 활동하는 ‘딱지남’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다시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시즌 2의 1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시즌 1에서 '딱지남'은 처음과 끝, 딱 두 장면 나오는데, '딱지남' 캐릭터를 좋아하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 '딱지남'이 어떤 인물인지를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더라도 좀 더 강렬하게 '딱지남'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시즌 2에 ‘준호’가 살아 돌아와서 많은 팬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나.
"시즌 1에서 ‘준호’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로 끝이났고, 자세히 보면 ‘프론트맨’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동생인 ‘준호’의 어깨에 총을 쐈기 때문에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었습니다. 이 캐릭터 엔딩은 시즌 2를 한다면 ‘준호’라는 캐릭터를 다시 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시즌 2로 돌아온 ‘준호’는 마지막으로 봤던 형 ‘인호’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면서 그를 찾으려는 목적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기훈’의 목적과도 같기에 그 섬과 형을 찾기 위한 똑같은 미션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공조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가 출발하게 됩니다."
Q. 시즌 1과 비교했을 때 캐릭터들의 전체적인 나이가 조금 더 어려진 느낌이 있는데, 이러한 결정에 의도한 바가 있었나.
"예전에는 나이가 꽤 있어야 빚을 지고, 희망이 사라져서 이런 ‘오징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또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흔히 뉴스에서도 10대, 20대들이 코인과 인터넷 도박 등으로 큰 돈을 잃고, 빚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하기도 합니다. 전세 사기나 피싱 범죄, 명의를 도용한 범죄 등이 활개를 치면서 많은 젊은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동시에 가해자가 젊은 경우도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슬프고, 애석하게도 20대, 30대의 젊은 친구들도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 걸 많이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친구들이 게임에 참여해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스포일러를 제외하고 시즌 2에서 볼 수 있는 게임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이번 시즌에 어떤 게임을 등장시킬지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특히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많은 예상과 특정 게임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게임은 간단하고, 패자에 대한 벌칙도 즉각적이고 쉽게 이해돼야 하는 것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게임을 결정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편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오는 12월 26일 넷플릭스에서 전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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