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구장+‘홈팀’과 부담스러운 첫 경기지만..대만전 앞둔 류중일호 대표팀, 자신감 있었다
[타이베이(대만)=뉴스엔 안형준 기자]
생소한 타이베이 돔에서 열리는 첫 경기. 대표팀은 자신감을 갖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1월 13일 대만 타이베이 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라운드(타이베이 라운드) 1차전 대만과 경기를 갖는다.
홈팀 대만과 갖는 첫 경기. 대표팀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부담스러운 경기다.
슈퍼라운드 티켓은 각 조 2장씩.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이 속한 B조에서도 단 두 팀만 도쿄돔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최강'으로 꼽히는 일본이 가장 유력한 B조 1위 후보인 가운데 대표팀은 2위 이내에 들어 도쿄돔으로 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본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4팀과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야 최소 2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를 위해서는 4팀 중 가장 위협적인 홈팀 대만을 꺾어야 한다.
대회 첫 경기를 대만과 치르는 대표팀은 생소한 타이베이 돔의 환경까지 넘어야 한다. 대만은 홈 어드밴티지를 적극 활용해 새로 개장한 최신 야구장인 타이베이 돔을 경기 전날에야 한국에 열어줬다. 대표팀은 지난 8일에 대만 땅을 밟았지만 12일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공식 훈련 전까지 타이베이 돔에 들어서지 못했다. 모든 훈련과 평가전을 야외 구장에서 진행했다. 반면 대만 대표팀은 타이베이 돔에서 평가전까지 가졌다.
타이베이 돔을 처음 밟은 대표팀은 류중일 감독부터 류지현 코치, 선수들까지 '그라운드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인조잔디가 깔려있는 타이베이 돔 그라운드가 한국, 특히 대표팀이 훈련을 진행한 고척돔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류 감독과 류 코치는 타이베이 돔 그라운드에 대해 "잔디가 길다"고 말했다. 잔디가 길면 공이 굴러오는 속도가 줄어든다. 땅볼 타구의 속도가 줄어드는 것.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땅볼 타구의 안타 확률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 류중일 감독은 "내야를 빠져나가는 안타가 나올 확률이 줄어드는 대신 느린 타구를 어떻게 빨리 잡아 처리하느냐도 숙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류지현 코치는 "첫 바운드 이후 타구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편안한 구장이다. 우리 선수들은 다리 움직임이 좋다. 그래서 땅볼 타구를 잘 처리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는 투수력이 좋다. 최소 실점으로 막을 준비를 해야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고 반겼다.
다만 류 감독과 마찬가지로 '느려진 타구'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류 코치는 "대표팀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이다보니 빗맞은 타구가 나왔을 때 마음이 급해질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대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머리속에 생각을 주입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잔디 길이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는 평가다. 우선 돔구장에서 종종 일어나는 '뜬공 타구가 보이지 않는 현상'은 타이베이 돔에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베이 돔의 천장은 순간적으로 뜬공을 놓치게 만드는 흰색이 아닌 검정색이다. 배경이 검정색인 만큼 뜬공을 시야에서 놓치는 경우가 확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류중일 감독과 류지현 코치 모두 현역시절 도쿄돔에서 처음 경기를 했을 때를 떠올리며 "타이베이 돔은 그런 환경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주전 좌익수인 홍창기는 "공이 조명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조명 자체가 얇게 이뤄져있다보니 금방 나온다.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수비에 큰 어려움이 없는 구장이라는 것이다. 내야수 김휘집도 "타구가 조금 느린 느낌은 있었다. 고척돔보다는 도쿄돔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도 "도쿄돔의 경우 천장이 하나로 다 이어져있어서 앞뒤 분간이 잘 안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공이 떴을 때도 이질감이 없다. 돔인데도 공이 잘 보인다"고 말했다.
주전 1루수인 문보경은 "그라운드 상태는 고척돔이 훨씬 좋은 것 같다"면서도 "천장이 검은색이라 확실히 뜬공이 잘보인다"고 밝혔다. 주전 3루수인 김도영 역시 "잔디가 푹신하고 '박히는' 느낌이 들지만 좋다. 빠른 타구가 잘 안나와서 수비하는데 부담이 덜하다. 라이트가 조금 밝았지만 괜찮다"고 타이베이 돔에서의 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만 긴 잔디로 인해 그라운드가 '푹신'해진 탓에 부상의 우려가 있다는 시선도 있었다. 주장인 송성문과 주전 포수인 박동원은 타이베이 돔 그라운드를 밟아본 뒤 부상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타이베이 돔은 야구 경기 시 4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구장이다. 중앙 담장까지의 거리는 잠실야구장보다 짧지만 좌우 거리는 잠실 못지 않은 크기다. 선수들은 타이베이 돔의 첫 인상에 대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타격이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도영은 "고척에 비해 확실히 펜스까지 길다는 느낌이지만 타구는 잘 나가는 것 같다"고 타이베이 돔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는 홍창기는 "처음 야구장에 들어왔을 때는 잠실보다 크다는 느낌이 드었는데 막상 쳐보니 그렇게까지 큰 것 같지는 않다. 수비를 해보니 그냥 비슷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고척돔에서 2주간 담금질을 한 대표팀은 출국 때까지만 해도 타선의 컨디션에 의문부호가 붙어있었다. 쿠바와 연습경기 1차전, 상무와 연습경기에서 모두 타선이 침묵했기 때문. 하지만 이제는 타자들도 컨디션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다.
홍창기는 "대만에서 연습경기를 하면서 보니 타자들 모두 타격감이 좋은 것 같다. 이제 나만 좋아지면 된다"고 타선의 타격감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휘집 역시 "컨디션은 괜찮다. 좋은 투수들의 공에 반응이 어떨지는 봐야하지만 지금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고척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했던 김도영도 "대만에 와서 감이 좋아졌다. 이 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이날 타격 연습에서 수차례 담장을 넘기는 타구를 날렸다.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휴식일이었던 전날 대표팀은 선수들끼리 회식을 하며 다시 한 번 단합했다. 최고참급인 임찬규가 주도해 자리를 만들었고 주장인 송성문이 선수들을 하나로 모았다. 김도영은 전날 회식을 돌아보며 "성문이 형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마치 오타니처럼 한 마디를 했다. 사람이 달리 보였다"고 웃었다. 김도영은 야수진 막내인 선수. 김도영의 입에서 나온 농담이 선수단의 하나된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사진=야구대표팀/뉴스엔DB)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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