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애'가 붙은 말·말·말

고형규 2024. 11. 1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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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애시당초라는 말이 쓰이는 것을 봅니다.

애당초나 애초와 같은 뜻이지만 말맛이 좋아서 선호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리고 작다는 뜻의 '애'는 자연스레 아이의 준말로 이해되기 쉽습니다.

이 아니기에 이 애는 아이가 아니라 처음을 뜻하는 [아+Δ(고어 반시옷)+ㅣ]의 준말일 가능성(우리 음식의 언어 p.180 부분 인용)도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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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애시당초라는 말이 쓰이는 것을 봅니다. 애당초나 애초와 같은 뜻이지만 말맛이 좋아서 선호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애시당초는 표준어가 아니라고 합니다. '시당초'라는 명사가 우리말에 없으므로 그 앞에 접두사 '애'가 붙는 말 역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근거입니다. 애초와 같은 뜻의 애저녁도 비표준어이지만 심심찮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애-'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서 '맨 처음'의 뜻을 더한다고 사전은 정의합니다. 애당초 또는 애초가 이에 해당합니다. 애벌(같은 일을 되풀이할 때 그 첫 번째 차례)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논이나 밭을 첫 번째로 가는 일을 일컫는 애갈이도 같은 의미의 쓰임새입니다. '애-'는 '어린' 또는 '작은'의 뜻을 더하기도 합니다. 애벌레, 애송아지, 애호박이 용례입니다.

어리고 작다는 뜻의 '애'는 자연스레 아이의 준말로 이해되기 쉽습니다. 아이는 어리고 작으니까요. 뒤에 있는 '이'가 첫음절 '아'에 붙어서 애가 되었다는 유추입니다. 그런데 애호박의 예를 들어 과연 그것이 의심할 바 없는 추론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아이가 줄어든 애는 발음이 길고(장음) 애호박의 애는 짧기(단음)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애호박]이지 [애:호박]이 아니기에 이 애는 아이가 아니라 처음을 뜻하는 [아+Δ(고어 반시옷)+ㅣ]의 준말일 가능성(우리 음식의 언어 p.180 부분 인용)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전을 들춰보면 '애젊다'라는 단어도 나옵니다. '젊다' 앞에 애가 놓여서 된 말로 "매우 앳되게 젊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를 한 몸에 떠안고 애젊어 자살한 시인의 불행한 생애와 애절한 시 내용이 마음에 들어 심찬정이 애송하는 시이다 ≪김원일, 불의 제전≫], [그러나 애젊은 사람들은 청춘의 꿈같은 행복을 달과 함께 소곤거렸다 ≪이기영, 고향≫]. '애저(-猪)'도 있습니다. 고기로 먹을 어린 돼지 또는 어린 돼지의 고기를 말합니다. [파와 마늘과 옥수수를 넣고 찐 애저가 나왔고, 기름에 튀긴 거위와 술은 백소로(白燒露)를 내왔는데 봉황산 들판의 수수로 빚은 독한 것이었다 ≪황석영, 장길산≫].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한성우, 우리 음식의 언어, 어크로스, 2018

2. 고려대 출판부, 한국 현대소설 소설어사전, 1998

3. 글 손진호 그림 허남문, 지금 우리말글, 진선출판사, 2018

4. 네이버 국어사전 속 고려대한국어대사전

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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