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떠나는 바이든·부활한 이시바와 3자 회동…트럼프·시진핑도?
윤 대통령이 이달 14일부터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열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안보 현안과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 계승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번 APEC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달 14~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 이시바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11일 총리로 재선출된 이시바 총리와는 두 번째 양자 회담을 갖는 데 이어 한미일 정상회의엔 처음으로 함께 하게 된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갖는 사실상 마지막 회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역사적인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기시다 전 총리는 지난 10월 퇴진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리더십 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다자간 협력보다는 양자관계에 무게 중심을 둔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미일 협력 메커니즘이 리더십 교체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벌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자국의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선 캠프 데이비드 선언의 계승과 발전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의 러시아 파병, 미사일 도발, 오물 풍선 살포 등 실존하는 역내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한 3국의 대응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신정부 출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바이든 행정부와 나토(NATO), 우크라이나 등과 기존에 해오던 협력 관계에서 변화가 필요한지 계속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APEC 기간 중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 여부도 관심사다. 대통령실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만큼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 양자 회담이 유일하다. 이번 회담의 결과 시 주석이 내년 APEC 정상회의를 찾을 경우 2014년 7월 박근혜정부 이후 10년 만의 방한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한중 관계는 2016년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보복 성격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시행하며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의 성사는 코로나19(COVID-19) 상황과 맞물려 중단됐던 외교채널을 복원하고 지방정부 간 교류를 확대한 데 이어 정상 간 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 복원을 선언하는 수순이라는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내년 경주에서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공식 초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한일 관계 개선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끌어냄으로써 동북아시아 경제, 안보 협력의 메커니즘을 한층 강화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핵심 측근인 김대기 전 비서실장을 중국 대사로 내정하기도 했을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중 관계 해빙 분위기는 최근 중국의 한국인에 대한 비자(사증) 면제조치 시행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중국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폴란드·호주 등 20개국에 일방적으로 비자를 면제해 왔는데, 지난 1일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을 전격 추가했다. 이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후 32년 만으로, 양국 교류를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긴밀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윤 대통령의 귀국 일정과 관련해 "현재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5박 8일의 일정"이라면서도 "추가적인 변수가 0.1%라도 있는 경우 확언해서 몇 날, 몇 시에 도착한다는 것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 여부에 따라 귀국 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만나 친교와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최근 골프 연습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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