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명태균 사태' 尹 겨냥? "대통령 되면 친구·가족 개념 떠나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에 친구와 가족이라는 개념에서 떠나야 한다. 친구와 가족에 대한 개념이 있고서는 올바른 통치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김건희 리스크' 및 '명태균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과 한국정치의 과제' 특별강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김 전 위원장 저서를 보면 역대 대통령 중 한 사람도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고 묻자 "주변에 측근을 많이 몰고 오면 그 사람들이 결국 사고를 내는 장본인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솔직히 얘기해서 내가 대통령을 모셔봐서 잘 알지만, 측근을 주변에 두고서는 정책이 정상적으로 갈 수가 없다"며 "주변에 측근이 많고, 또 대통령을 모시는 분들이 대부분 관료일 경우가 많은데 관료가 대통령에게 '안 된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 대해서도 "국회를 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여소야대)를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아서 집권 여당이 야당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여소야대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이제 몇 년 지나면 결국 정부는 거의 마비 상태에 있게 되고, 미래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정치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라며 "그것에 대해서는 논의도 하지 않고 별로 관심이 없어 보여서 우리 정치의 미래가 굉장히 어두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국 정치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로 저출생과 양극화를 꼽았다. 그는 "나라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우리나라 모든 분야의 양극화가 너무 심화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며 "소극의 양극화, 산업의 양극화, 지역의 양극화까지 일치된 것이 하나도 없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과 양극화는 서로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나온 여론조사를 보니까 국민 절반이 결혼할 수가 없다는 거 아닌가, 그 요인이 경제적 요인이라고 얘기한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16-7%만이 대기업과 국영기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국영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격차가 너무 심하다"며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소득이 적으니까 결과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다. 그러니까 결혼을 안 하고, 결혼을 안 하니 애기가 생길 수도 없고, 애를 제대로 기를 수 없으니 애기를 많이 낳지도 않는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0.7%의 출생률을 보이고 있는 것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내부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안정된 정치를 해야만 (외교적인 국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가 있지 내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상대편과 제대로된 협상을 할 수 없다"며 "외치는 내치의 연장이지, 외교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절대적 신임을 받아야만 외교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반가운 소식은 윤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보다 신경을 쓰겠다고 얘기했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신경을 쓰는데 무엇을 동원해서 양극화를 해결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편, "보수이신 분들이 '보수 집결'을 자꾸 얘기하지만 상당축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무너진 것"이라며 "40~50대가 국민의힘을 제일 싫어한다. 왜 그러느냐면 지금 40~50대가 당시 30대~40대다. 그 사람들이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믿고 박 전 대통령을 밀었는데, 실망시키니까 거기서 보수가 길을 잃어버렸다. 보수는 그것에 대한 인식이 없이 말만 자꾸 '보수결집'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정치권 일각에서 '보수 대(大)결집'을 주장하는 데 대한 반론인 셈이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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