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축순환 활성화로 지역농업 상생 힘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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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마무리 철이다.
볏짚이 소여물이 되고 소가 배출한 똥이 퇴비가 돼 논에 뿌려진다니, 곤포 사일리지가 경축순환농업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경축순환을 지역농업발전계획에 포함하고, 축산농가와 경종농가가 상생하는 '비료-사료 순환체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공도 바람직하다.
경축순환을 통해 축산농가와 지역농업이 상생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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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마무리 철이다. 들녘마다 흰색 뭉치의 곤포 사일리지가 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초기에는 논바닥에 굴러다니는 ‘마시멜로’라든가 커다란 ‘공룡알’ 같다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제는 도시민들도 볏짚사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볏짚이 소여물이 되고 소가 배출한 똥이 퇴비가 돼 논에 뿌려진다니, 곤포 사일리지가 경축순환농업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한우농가 상황을 보면 볏짚사료는 잘 사용하면서 가축분뇨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완숙퇴비를 경종농가에 공급해야 하지만 기술과 자금 부족으로 분뇨 처리시설을 갖추지 못한 축산농가가 많다. 자가 처리하려고 쌓아둔 분뇨를 뒤집어 발효시키는 작업도 고령농민에게는 힘에 부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매년 약 5000만t의 가축분뇨가 발생하고, 지난해 기준 87%가 퇴비·액비로 생산돼 농경지에 공급되는데, 이런 분뇨 처리량도 거의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업농의 축사 현대화가 거의 마무리돼 향후 사육마릿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겠지만 경작지 감소 추세로 가축분뇨의 토양 환원이 점차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90년대 초부터 가축분뇨의 적정 처리와 자원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들어 실적이 부진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업 공모를 통해 시설 입지를 정해놓고도 인접 마을주민들과 갈등 때문에 착공이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축분뇨 퇴비화가 경축순환의 핵심이지만 수익을 내면서 공동 퇴비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축순환(耕畜循環)’은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농업의 환경친화적 순환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환경보전 효과와 더불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축순환농업의 경제적 편익이 플러스로 계측되고 토질·수질·대기질 개선 등 환경적 편익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정책 과제를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경축순환농업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공공의 프로그램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경축순환을 지역농업발전계획에 포함하고, 축산농가와 경종농가가 상생하는 ‘비료-사료 순환체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공도 바람직하다.
둘째, 가축분뇨 퇴비화시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축산단지의 공동 퇴비 발효·생산 시설에 대한 보조를 확대하고, 퇴비제조장의 배출가스 저감시설 의무도 지역 맞춤형으로 갖춰 단계적 실천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퇴비의 품질 제고를 위한 연구와 아울러 축분퇴비의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퇴비는 연중 생산되지만 농작물에는 밑거름으로 특정 시기에만 사용되므로, 비수기에 저장 가능한 고체비료 등 신제품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넷째, 중장기적으로 가축분뇨 처리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산업재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목표대로 2030년까지 발생량의 8%를 화석연료 대체(고체연료)와 탄소격리(바이오차) 하는 실천계획도 차질 없이 실현해야 한다.
가축분뇨 처리는 축산농가의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일부 지자체에서 우분을 열병합발전소의 연료로 활용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퇴비화가 우선이다. 경축순환을 통해 축산농가와 지역농업이 상생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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