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인생] “우리쌀, 건강과 행복 샘솟게 하는 훌륭한 식재료예요”
NBS 방송 ‘해브 어 라이스데이’ 출연
한끼 식사 개발 시민들에 요리해 대접
맛있게 먹는 모습 보며 ‘쌀의 힘’ 실감
매일 라디오 진행하며 청취자와 소통
명절 때 고향방문 권장 등 조언하기도
“후배들 소주 한잔 사주는 어른 되고파”
재치 넘치는 언변으로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개그맨 지상렬씨(53). 유행어 ‘안구에 습기 찬다(안습·눈물 난다는 의미)’를 만들고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1박2일’, 드라마 ‘대장금’ ‘이산’에 출연한 그는 최근 NBS한국농업방송 ‘해브 어 라이스데이’에서 쌀의 매력을 널리 알렸다. 8일 경기 고양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지씨를 만났다.
10월11일 첫 방송을 시작해 4화를 끝으로 종영한 ‘해브 어 라이스데이’엔 지씨를 비롯해 가수 KCM, 요리 콘텐츠 크리에이터 ‘일하는 용형’, 차윤환 식품영양학 박사가 출연했다. 이들은 쌀을 활용한 한끼 식사를 개발하고 중학생·여자야구단·시민들에게 음식을 직접 요리해 대접했다.
“방송에서 밥핫도그·해물누룽지탕·족발덮밥 등 10가지가 넘는 쌀 음식을 만들었는데 모두 정말 맛있었어요. 쌀이 참 훌륭한 식재료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중학생들에게 아침밥을 해주려고 오전 5시부터 학교에 모이고, 여자야구단을 위해선 한여름에 야외 푸드트럭에서 요리해야 했지만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힘들다는 생각은 씻은 듯 사라졌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꼭 필요하고, 또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쌀의 힘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지씨는 들판에서 뛰어놀며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았다. 개그맨 데뷔 후엔 농업을 공부해보고 싶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입학하기도 했다. 그가 평소 즐겨 보는 TV프로그램 역시 NBS ‘리얼 귀농스토리 나는 농부다’와 ‘역전의 부자농부’다. 농사를 지어볼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농사도 아무나 짓는 게 아니지요. 전문 지식도 있고 정성도 쏟아야 합니다. 지금은 제가 잘할 수 있는 방송에 집중하려고 해요.”
1996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지씨는 1990년대 후반에 가수 ‘클론’을 패러디한 ‘클놈’과 ‘묵찌빠 개그’로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들어선 ‘대장금’ ‘이산’ 등 드라마에서 감초 연기를 선보였다.
“개그맨을 하면서 콩트를 많이 연습했으니 연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어요. 현대극에 몇편 출연하고 ‘대장금’에서 의관 역할을 맡았는데 사극에서 쓰는 말투가 익숙하지 않은 데다 고어다보니 외우기가 적잖이 힘들었습니다. 한의학 용어가 가득한 장면을 연기하다 NG를 50번 낸 적도 있었어요. 결국 카메라만 켜두고 모든 스태프가 세트장을 나간 뒤 연기했을 정도입니다.”
지씨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를 펼쳐나갔다. 대장금을 연출한 사극의 대가 이병훈 감독도 이런 노력과 재능을 알아봤고, 그를 다시 ‘이산’에 캐스팅했다. 지금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캐스팅 제안이 계속 들어오지만 지씨는 우선 현재 출연 중인 방송에 좀더 전념하기로 했다.
현재 그는 SBS라디오 ‘뜨거우면 지상렬’을 진행하며 매일 2시간씩 청취자와 소통한다. 청취자들은 저마다의 삶 속 고민을 지씨에게 털어놓는다.
“명절이 되면 ‘사는 게 변변치 않은데 고향에 부모님을 뵈러 가는 게 부끄럽다’는 사연이 자주 와요. 저는 ‘부모님은 당신이 어떻게 사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나이 든 부모님께 다음 명절은 없어요’라고 말하고 꼭 고향에 가라고 조언하죠.”
지씨는 지난 3월 아흔이 넘은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무뚝뚝한 아들이었지만 나이가 들어서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그는 이를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꼽는다.
최근엔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여배우와 서로 호감이 있음을 농담 삼아 고백하며 지씨의 결혼 계획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좋은 인연을 만난다면 언제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저는 미래에 대한 거창한 목표를 세우진 않거든요. 오늘에 충실하자가 삶의 신조예요. 주어진 방송을 열심히 하면서, 후배들에게 회 한 접시와 소주를 사줄 수 있는 어른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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