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이 잔혹한 여자들"... OTT 드라마엔 여성 범죄자, 남성 피해자가 실제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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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여성 캐릭터다.
여성이 실제보다 더 높은 비율로 범죄 가해자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은 최근 OTT 드라마 모니터링에서도 확인됐다.
여성민우회가 21개 드라마 속 318명의 중고령 캐릭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68.%)이 여성(31.8%)의 2배였다.
중년 주인공 캐릭터는 8명이었는데, 남성이 7명으로 여성(1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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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폭력 가해자, 현실의 4배 '과잉 재현'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현실보다 5배 많아
"현실과 다른 성비 묘사, 구조적 폭력 은폐"
중년 여성은 모성애 가진 엄마로만 재현
#. 지난 8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20대 후반 여성 유성아(고민시)는 전 남편의 어린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매일 눈뜰 때마다 아이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다른 남성들도 끈질기게 괴롭히고 폭행하거나 죽인다.
#. 2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는 주인공(이탕)을 협박하는 시각장애 여성 선여옥(정이서)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성격이 포악했던 것으로 그려지는 그는 성인이 된 후엔 부모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방에 가스를 누출하다 들키자 흉기로 부모를 살해한 패륜아다. 그가 왜 이처럼 잔혹해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여성 캐릭터다. 악인이 되기까지의 서사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기괴하고 잔혹한 여성들이다. 여성이 미디어에 남성보다 훨씬 적게 등장하는 ‘과소 재현’,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그려지는 ‘왜곡 재현’ 문제는 과거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이 현실보다 과도하게 범죄 가해자로 묘사되는 ‘과잉 재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드라마 속 여성 가해자, 현실의 4배
여성이 실제보다 더 높은 비율로 범죄 가해자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은 최근 OTT 드라마 모니터링에서도 확인됐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23~2024년 상반기 OTT(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 한국 제작 드라마 43편, 총 402개 에피소드를 모니터링했다. 분석 결과 여성 캐릭터의 성폭력 가해자 비율은 12.5%로 실제 범죄 통계의 여성 가해자 비율(3.3%·이하 2023년 기준)보다 4배 높았다. 드라마 속 전체 폭력의 여성 가해자 비율 역시 20.9%로 실제(17.7%)보다 높았다.
반면 남성 캐릭터는 범죄 피해자 비율이 실제보다 높았다. 드라마 속 성폭력 피해자 중 남성 비율은 30.3%로 실제 남성 피해자 비율(6.6%)보다 5배 높았다. 여성은 현실보다 더 많이 가해자로, 남성은 피해자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한 정사강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결과 발표회에서 “성폭력에는 젠더 기반이라는 특수성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드라마가 현실과 다른 성비로 묘사한다면 구조적 폭력으로서의 성폭력이 은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고유정, 이은애 등 여성들이 저지른 강력범죄 다섯 건을 12부작으로 제작한 범죄 다큐 ‘그녀가 죽였다’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이 다큐 공개 후 수많은 여성이 교제 살인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가해자인 일부 사건을 반복적으로 부각해 현실을 왜곡하고 여성을 악마화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중고령 주인공 8명 중 7명이 남성
50세 이상 여성들은 여전히 미디어에 등장하지 못하거나 '엄마'로만 묘사됐다. 여성민우회가 21개 드라마 속 318명의 중고령 캐릭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68.%)이 여성(31.8%)의 2배였다. 중년 주인공 캐릭터는 8명이었는데, 남성이 7명으로 여성(1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비중 있게 그려지는 입체적 여성 캐릭터의 서사도 결국 모성애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공개된 ‘무빙’의 여성 캐릭터 이미현(한효주)은 다른 남성들처럼 초능력을 가졌지만 전문적 능력을 거의 보여주지 않다가 후반부에 아들을 지킬 때 능력을 발휘한다. ‘선산’에서 윤명희(차미경)가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결국 아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여성민우회 노새 활동가는 “모성에 함몰되지 않는 여성 서사가 여전히 너무 부족하다”며 “모성을 그리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의 틈을 만들어내는 더 많은 여성 서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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