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는 것부터 힘든 현실…분만유도제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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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2개 품목만 허가된 '옥시토신' 주사제가 모두 공급부족 사태에 부닥쳤다.
옥시토신 주사제 공급난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옥시토신 원료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옥시토신 주사제 생산량은 JW중외제약이 유한양행보다 3배가량 많은데, JW중외제약이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을 멈췄고 유한양행이 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인 공급 중단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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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2개 품목만 허가된 '옥시토신' 주사제가 모두 공급부족 사태에 부닥쳤다. 옥시토신 주사제는 자궁수축을 유발, 촉진하고 자궁출혈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제다. 흔히 분만 유도제로 알려졌지만, 출산 후 산모의 과다 출혈을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약이다. 산모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두 약 모두 정부로부터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제약사가 추가 생산 등 대응에 나섰지만, 전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다 아이를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의약품 수급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저출산 국가'에 산모들 주름살을 더 깊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인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유한양행과 JW중외제약은 각각 옥시토신 성분 주사제인 '옥시톤 주사액'과 '중외옥시토신주'를 수급불안정 의약품으로 신고했다. 이어 유한양행은 같은 달 28일, JW중외제약은 지난 1일 이들 약품을 '공급 부족' 의약품으로 재차 신고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의사는 항상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옥시토신 주사제 없이는 분만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옥시토신 주사제 공급난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옥시토신 원료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옥시토신 주사제 생산량은 JW중외제약이 유한양행보다 3배가량 많은데, JW중외제약이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을 멈췄고 유한양행이 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인 공급 중단으로 이어졌다.
옥시토신 공급난에 의료 현장은 걱정과 혼란이 가득하다. 특히, 기존부터 의약품 공급이 불안정했던 지방 산부인과의 수급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안동의 한 종합병원은 한 달여간 사용하는 옥시토신 주사제가 150 앰풀인데, 7일 현재 40 앰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품절 공문을 받았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너무나도 당연히 여겨지는 분만 관련된 진료에도 퇴행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재연 회장은 "지방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문의가 빗발친다. 지난주는 밤 11시 넘어 어렵게 공급처를 확보해 회원들에게 카카오톡으로 공지하기도 했다"며 "저녁에 산모가 왔는데 약이 없어서 못 받겠다고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급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산모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임신 38주차로 만삭인 오모(32)씨는 "상반기에는 무통 주사·폐인 버스 터 병용 금지 논란이 일더니 이젠 산과(産科)의 기본 분만 약마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게 생겼다"며 "이게 출산 장려 국가의 현실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옥시토신 공급 재개는 유한양행의 경우 오는 14일, JW중외제약은 다음 달 4일로 예정돼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공급 부족을 신고·인지한 동시에 다른 약에서 옥시토신 주사제로 생산라인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JW중외제약은 "보건당국과 협의 하에 최대한 시기를 앞당겨 당초 내년 초 예정보다 이른 12월 초에 공급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애초 유한양행 생산량이 JW중외제약보다 적었던 만큼 전국 병원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재연 회장은 "옥시토신 가격이 너무 낮은 것도 공급난에 영향을 미친다. 분만실이 '올스톱' 되기 전에 충분한 약값 인상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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