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5∼7년 들면 최대 120% 환급”… 보험사 과열경쟁 논란

강우석 기자 2024. 11.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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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보험료,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한동안 외면받아 온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작년부터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장 항목에 질병을 추가하고 환급률을 높이는 식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을 공격적으로 팔아온 결과다.

보험업계에서 과당 경쟁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은 10년 시점 환급률이 130%에 달하는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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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등으로 외면받던 종신보험… ‘10년째에 환급’ 단기납 상품 인기
올들어 78만건 판매, 작년 넘을 듯
“회계상 이익 높이려 공격 판매” 지적… 금융당국, ‘해지율 설정’ 등 개입 나서

높은 보험료,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한동안 외면받아 온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작년부터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장 항목에 질병을 추가하고 환급률을 높이는 식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을 공격적으로 팔아온 결과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회계상 이익을 높이기 위해 종신보험을 두고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 한화, 교보, 신한, NH농협 등 대형 생명보험사 5곳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총 78만581건의 종신보험을 판매했다. 현재까지의 추세대로면 지난해 판매 건수(93만1359건)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1인 가구 증가, 출산율 감소 등으로 인해 종신보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이 같은 전망과 달리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급증한 것은 ‘단기납 종신보험’이 인기를 모은 까닭이 크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고객이 보험료를 5∼7년 동안 납입한 뒤, 가입한 지 10년째에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료의 최대 130%를 환급받는 상품이다.

보험업계에서 과당 경쟁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은 10년 시점 환급률이 130%에 달하는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120% 안팎의 환급률을 제시하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분위기다. 생보사들도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에 연금, 저축 등을 덧붙이는 식으로 상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한 보험설계사는 “원금 대비 환급률이 높은 데다 비과세 혜택까지 있다 보니 (단기납 종신보험을) 재테크 차원에서 주목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며 “환급률이 120%에 조금 못 미치는 상품에 대한 문의도 꾸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급증한 종신보험 판매 건수가 보험업계의 과당 경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란 지적도 나온다. 생보사들이 지난해 도입된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에 맞춰 회계상 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환급률이 높은 보험상품으로 해지가 많은 편인데도, 보험사가 고객 해지율을 낮게 가정해 자사의 수익성을 높이려 했다는 얘기다.

생보업계 고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엄연히 보장성 보험이고 저축성 보험이 아닌데, 판매 현장에서 저축 성격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절판 마케팅’(판매 기한을 짧게 두는 영업 행위)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소비자들은 중도 해지 시 환급률 등을 가입 과정에서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사태에 직접 개입한 만큼 보험업계에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달 4일 개최된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들의 ‘고무줄 회계’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보험에 비해 더 많은 위험보험료와 사업비가 공제되기 때문에 저축 목적으로 가입하려는 경우 목적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소비자 피해 사항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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