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 부품 車의 2배… K방산은 ‘新성장엔진’

김형민 기자 2024. 11.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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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K방산의 도전]
美해군 군함 정비 2번째 수주

“K9 자주포 엔진 국산화로 향후 5년 동안 1조2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국군의 날을 나흘 앞둔 9월 27일 경남 창원 STX엔진 공장에서 만난 이상수 대표는 “이번 성과로 국산화 자부심을 넘어 수출 확대를 통한 실익까지 거둘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K방산 최대 수출품인 K9은 그동안 독일 엔진을 사용해 수출 때마다 독일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정부와 STX엔진은 사업 추진 3년 만에 부품 500여 개를 국산으로 바꿔냈다. 이를 통해 5000명가량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K방산은 수출 증가와 국내 방산시장 확대라는 2개의 성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수출 중심 전략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방위산업은 기타 제조업 대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제조업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의 경우 대당 부품이 3만여 개다. K2 전차의 경우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군비 증강을 공언한 것도 K방산 수출 전략에 청신호다. 실제로 미 해군은 12일 3만1000t급 급유함 정비를 한국 기업에 맡기기로 했다. 앞서 8월에 이어 두 번째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번 미 군함 정비 수주는 미국 진출의 신호탄”이라며 “K방산이 전략산업으로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K방산 올 수출액, 조선업 맞먹어… 4대 수출국땐 7만명 고용

〈2〉 ‘신성장 엔진’ K방산
방산, 자동화 체계 도입 쉽지않아… 비용당 경제파급효과 제조업 능가
加해군사령관 잠수함 제조 HD 찾아… 반짝특수 넘어 제2반도체 되려면
AI-무인화 등 미래기술 주력해야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통계를 보면 지난해 방산 수출액은 140억 달러로 수출액 규모 11위였던 바이오헬스 산업(134억 달러)을 앞질렀다. 2020년까지 30억 달러 수준이었던 방산 수출액은 2022년 173억 달러로 치솟았고 2년 연속 100억 달러를 넘겼다. 올해 정부가 예상하는 수출액 200억 달러를 달성하면 지난해 기준 수출액 8위였던 조선업(220억 달러)에 근접하게 된다. 방산이 ‘신(新)성장엔진’이 되는 셈이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이 2019년 작성한 ‘방위사업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산은 10억 원을 투입하면 유관 산업에 21억 원의 경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제조업의 경우 20억 원이다.

고용 부문에서도 방산의 경우 10억 원을 투입하면 6명의 고용 창출이 발생한다. 일반 제조업은 5.8명으로 조사됐다. 유 센터장은 “방산은 구매자 수요에 맞춰 생산하기 때문에 자동화 체계를 도입하기 쉽지 않다”며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단위 비용당 경제 파급효과가 더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세계 4대 방산 수출 국가가 되면 고용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의 경제적 효과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방산 4대 수출국 도약 시 매출은 2021년 15조9000억 원에서 29조7000억 원으로 86.8%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고용은 3만3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109.1% 증가한다.

한국 기업들도 방산 전략산업화에 힘을 싣고 있다. K2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30t급 차륜형 장갑차(N-WAV)를 자체 개발했다. 세계 방산 시장에서 30t 이상 장갑차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장갑차 레드백을 호주에 수출해 3조 원을 벌어들였다. LIG넥스원은 미국 수출 가능성이 큰 비궁 수상정 발사대를 자체 개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60조 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3300t급 잠수함 성능을 개량했다.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찾은 앵거스 톱시 캐나다 해군사령관은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적기에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정부도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방산업계가 정부 정책 중 가장 주목하는 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만 누려 왔던 세제 혜택이 올해 처음 방산에 적용됐다는 것이다. 군사위성 기술, 유무인 복합체계 기술 등이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은 앞으로 투자세액공제를 받는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산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정부도 인정하고 전략산업화하겠다는 첫 번째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K방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반짝 특수를 넘어 반도체·자동차와 같이 꾸준한 수출 실적을 거두기 위해선 결국 무인화,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무기 개발과 핵심 부품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만기 KAIST 방산수출전문가과정(DEDP) 교수는 “미국에 무기 완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거쳐야 할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며 “하지만 그 중간의 무기 부품 시장은 국내 방산 업체가 충분히 접근할 수 있고 그 규모도 매년 수십조 원에 이른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창원=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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