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랠리’에도… 코스피 2500 붕괴, 환율 1400원 뚫렸다

이동훈 기자 2024. 11.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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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홀로 급락’ 금융시장 요동
원달러환율 2년만에 1400원 넘어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성공 이후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코스피는 2,500 선이 붕괴되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미국 증시, 가상자산, 달러 등에 글로벌 자금이 몰리며 ‘트럼프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증시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코스피는 3개월 만에 2,500 선을 내줬다. 원-달러 환율도 2년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12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1.94% 내린 2,482.57에 거래를 마감했다. 3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아시아 증시가 대폭락했던 8월 5일(2,441.55) ‘블랙 먼데이’ 이후 석 달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닥도 2.51% 내리면서 700 선을 위협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뉴욕 3대 증시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는 외국인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나 홀로 하락세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경제원구원은 미국발 관세전쟁의 막이 오를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1.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달러 강세와 외국인 투자금 이탈 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8.8원 오른 1403.5원(오후 3시 반 기준)에 거래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집권으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벌써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1∼6월)까지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폭탄-침체 우려에 짓눌린 韓증시… 투자자, 해외-코인으로

韓 증시, 트럼프 랠리 속 하락세
트럼프 관세에 수출 불안감 커져
국내 상장사들 실적 부진도 한몫
업계 “증시 반등 당분간 어려울 것”

글로벌 자산시장에 ‘트럼프 랠리’가 한창인 가운데 국내 증시만 나 홀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수출 둔화와 내수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들과 기관들의 매도세가 멈추지 않은 결과다. 개인 투자자들도 미국 증시 등으로 이탈하고 있어 한국 증시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 나온다.

● 트럼프 당선 확정 후 코스피 3.7% 빠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후 국내 증시는 3.7%(5일과 12일 종가 비교 기준) 빠졌다. 코스닥도 5.5% 하락했다. 미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됐음에도 오히려 뒷걸음친 것이다. 독일(2.1%), 프랑스(0.3%) 등 유럽 국가를 비롯해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는 ‘고관세’의 최대 피해국으로 예상되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도 상승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뉴욕 3대 증시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4.9%), 나스닥지수(4.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3.8%)가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의 최대 우방국 중 하나인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2.3%)도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소외 현상을 두고 트럼프의 당선 이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진 것이 증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최대 60%, 나머지 국가에 10∼2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 같은 관세로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올해 연간 수출액 전망치(6900억 달러)의 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165개 상장사가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상장사 3곳 중 1곳은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10% 이상 밑도는 ‘어닝 쇼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대규모 감세 등의 영향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커진 것도 국내 경제에는 타격이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주저할 수밖에 없고, 결국 고금리로 인한 국내 내수 회복이 더뎌지면서 국내 증시가 탈출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 타격을 받게 됐고 환율 불안이란 변수마저 새롭게 등장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가와 기관 투자가 모두 국내 증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 미 증시·가상자산 시장으로 자금 유출 ‘우려’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7일 기준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증시와 달리 250만 원 이상의 양도소득에 대해 22%의 세금을 부과하는데도, 지수 상승에 힘입어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직장인 변모 씨(42)는 “양도소득세를 내더라도 미국 증시의 수익률이 한국 증시에 투자했을 때보다 훨씬 높다”라면서 “배당소득이나 환율 상승까지 감안하면 수익이 더 늘어난다”고 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이동도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인 조모 씨(37)는 “최근 가상자산 가격 급등으로 금융 자산이 30% 넘게 늘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앞으로도 가상자산 친화 정책을 다수 펼 것으로 예상돼 보유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증시 반등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국내 경제성장률 장기 부진으로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내려간 수준에서 장기간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주가는 이미 국내 경기 부진 등이 선반영된 상태로,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조기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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