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방위비 압박 대비” 585조원 기금 방산 등에 쓴다
佛서 열린 1차대전 종전 기념식에… 英총리, 처칠 이후 80년만에 첫 참석
美 압박 맞서 유럽내 안보 밀착 가속
집권 내내 유럽연합(EU)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세게 압박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두고 EU 주요국이 국방 예산을 늘리고 군사 협력 또한 강화하고 있다. 특히 EU 회원국 간 경제 불균형 완화 해소 용도로 마련한 3920억 유로(약 585조 원)의 ‘결속 기금(cohesion fund)’을 방위 산업 등에 쓸 수 있도록 사용처 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다고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폭 줄이고 유럽 각국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라고 압박할 것이 확실시되자 EU 또한 선제적 대비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 2월 대선 유세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 방위비를 늘리지 않으면 러시아가 이들 나라를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8월에는 나토 회원국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한다는 현 목표치가 지나치게 낮다며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트럼프 당선인을 맞이하고, 러시아의 위협에도 공동 대처하려면 EU 또한 ‘자강(自强)’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585조 원 결속 기금 사용처 제한 해제
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향후 몇 주간 회원국에 “결속 기금을 국방 및 안보 분야에도 유연하게 사용하라”는 방침을 전달하기로 했다. 2021∼2027년까지 3920억 유로를 쓸 수 있는 결속 기금은 EU 공동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다만 이 중 약 5%만 실제로 사용돼 회원국 간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EU는 ‘결속 기금을 각국 군대의 지원에 쓸 수 없다’는 현 규정을 변경해 무기·탄약 생산 증대, 군사 관련 도로 및 교량 강화, 무인기(드론) 등 무기와 일반 장비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이른바 ‘이중 용도 제품’에 대한 투자 등에 쓸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무기·탄약 등의 직접 구매는 여전히 금지된다.
특히 유럽 중부에 있는 독일은 주요국 군대의 이동 통로로 기능해야 하지만 관련 인프라가 심각하게 낙후된 상태다. 2022년 기준 낙후된 도로, 철도, 교량에 즉시 투자해야 할 비용이 1560억 유로(약 233조 원)에 달한다. 결속 기금의 사용처 제한이 해제되면 독일을 포함한 EU 각국의 군사 인프라 개선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나토 회원국은 국방 예산을 꾸준히 늘려 GDP의 3% 이상을 방위비에 지출하는 방안 또한 강구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 그리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3%에 미달한다.
● 英, 처칠 이후 처음 佛 1차 대전 기념식 참석… ‘안보 밀착’
나란히 선 英-佛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앞줄 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6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영국 총리가 이 기념식에 참석한 건 1944년 윈스턴 처칠 총리 이후 80년 만에 처음이다.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고수, 협력 강화 등을 강조했다. 파리=AP 뉴시스 |
프랑스 대통령실과 영국 총리실은 “두 정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저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흔들림 없이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또한 영국 런던 트리니티하우스에서 ‘트리니티 협약’으로 불리는 방위 조약에 서명했다. 제1·2차 세계대전에서 모두 적(適)으로 맞붙었던 두 나라가 방위조약을 체결한 것 또한 처음이다.
이 조약에 따라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영국에 공장을 세우고 2027년부터 대포용 포신 등을 생산하기로 했다. 또 신형 장거리 유도 미사일, 신형 무인기 등의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장관 모두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나토를 방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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