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가을‚ 인사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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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것보다 틈이 있고 새것보다 발효된 멋이 있어야 걸터앉기 좋다.
가을이라 여기저기 전시회가 많다.
인사동은 항상 막걸리 같고 파전 같아 좋다.
인사동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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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것보다 틈이 있고 새것보다 발효된 멋이 있어야 걸터앉기 좋다. 가을이라 여기저기 전시회가 많다. 몇 군데 단체전에 참여하게 됐다. 인사동은 항상 막걸리 같고 파전 같아 좋다. 보기만 해도 반가운 친구처럼. 너무 아름다운 양귀비꽃은 표독하고 그저 아름다울 뿐이지만, 그래서 마음 열기 어렵지만. 수수한 들국화같이 정감 있는 꽃은 자연스럽고 친근하고 여백이 있어 좋다. 인사동이 그렇다. 그곳에 가면 막걸리도 있고, 찻집도 있고, 친구도 있고, 여기저기 당기는 골목길이 있어 좋다.
뻔뻔한 민낯으로 그림 걸어 놓고, 남의 그림도 들여다보며, 그간의 소사가 늘어가고 넋두리는 자꾸만 팽창한다. 예술이라는 턱도 없는 주제는 뻔한 빙자지만 그래도 모른다. 누군가는 시퍼런 눈을 부라리고 역사를 지배할 명작에 인생을 저당 잡을지도. 그래서 예술의 안주는 칼칼하다. 한 잔, 두 잔 따라다니는 안주가 메마를지라도. 나의 그림과 너의 그림은 자존심 있는 영업비밀이다. 그냥 네가 좋고, 다시 볼 수 있는 너의 뒷모습이 좋다. 불현듯 바라보는 해후의 미학에 걸터앉기 편한 인사동의 마루가 좋다.
카페인 같은 그리움 삭여 움푹 파인 가을 고독에 부어 담는다. 이곳저곳 골목에 등이 내걸리면 불빛에 아른거리는 고단한 삶의 향수, 나는 작별한다. 어깨에 외로움 얹고, 낙엽이 눈발처럼 나뒹구는 종로로 접어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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