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트 빌려 시술하던 병원, 이젠 세계 톱으로
서울아산병원은 1991년 국내 최초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 시술을 시행했다.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혈관 벽을 금속 그물망(스텐트)으로 지지해 넓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허벅지나 손목의 혈관에서부터 카테터(관)를 넣어 심장에 도달해야 하는 고난도 시술이다.
지금은 이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올라선 박승정(70) 심장내과 석좌교수가 당시 캐나다 의사에게 금속 스텐트를 빌려와 첫 시술을 했다. 33년이 지난 올해 서울아산병원은 심혈관 중재 시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관으로 선정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미국 심혈관 연구재단(CRF)이 최근 주최한 심장 중재 시술 국제 학술 대회 ‘TCT 2024′에서 ‘글로벌 톱 10 병원’의 1위로 선정됐다고 12일 밝혔다. TCT는 매년 전 세계 100국, 1만명 이상의 심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 분야 최고 권위 학회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심혈관 중재 시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참석해야 하는 모임’으로 꼽힌다.
서울아산병원은 세계 최고 병원들을 제쳤다. 미국 마운트시나이병원(2위), 메이요클리닉(3위)이 서울아산병원의 뒤를 이었고 국내 병원 중에서는 서울대병원(7위)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난징의대 제1부속병원, 미국 헨리포드 헬스 시스템·예일 뉴헤이븐병원·뉴욕 프레스비테리안 병원 등도 10위 안에 들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임상과 연구 실적을 종합해 심혈관 스텐트 치료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국내 병원이 특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꼽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심혈관 스텐트 세계 1위’로 올라서기까지 박 석좌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박 석좌교수는 1997년 세 줄기로 구성된 관상동맥 중 가장 중요한 혈관인 좌주간부(left main)가 좁아진 환자에게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다. 박 석좌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이후 좌주간부 스텐트 시술의 ‘국제 표준’이 바뀌었다. 2010년에는 박 석좌교수와 박덕우·안정민 교수팀이 대동맥 판막 협착증을 치료하는 대동맥 판막 스텐트 시술(타비 시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지난달에는 아시아 최초로 타비 시술 2000건을 달성했다.
서울아산병원은 TCT 학회가 선정한 ‘최신 임상 연구’ 톱 10 부문에서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심장 관련 진료·시술 성과뿐만 아니라 학술 면에서도 세계적 인정을 받은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 질환과 관련해 의료계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총 9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박 석좌교수가 6개의 논문을 올렸다. NEJM에는 매년 1만6000편의 논문이 접수되는데, 게재율은 5% 안팎에 불과한 의료계 최고 권위 학술지다.
서울아산병원은 기존에 있던 심장병 센터를 확대해 2009년 심장 병원을 개원했다. 협심증·심근경색 센터 등 8개 센터로 구성된 심장 병원의 초대 원장을 박 석좌교수가 맡아 7년 가까이 이끌었다. 현재는 72명의 의사를 포함해 300여 명의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텐트 시술을 하는 심혈관 담당 의사만 14명이다. 이들이 매년 5500여 건의 스텐트 시술을 한다. 해외에서도 스텐트 시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온다. 최근 10년간 40국 1500명이 방문해 노하우를 배워갔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9월에도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의 ‘세계 최고 전문 병원’ 평가에서 심장과 심장 수술 분야 5년 연속 국내 1위로 선정됐다.
☞심혈관 중재 시술
중재 시술은 외과적 수술 대신 비수술적인 시술로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스텐트 삽입술이 대표적 심혈관 중재 시술이다. 좁아진 혈관에 가는 카테터(관)을 넣어 혈관을 부풀리고, 혈관이 벌어지면 카테터에 달린 금속 스텐트(그물망)를 혈관 벽에 설치해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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