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질환 백일해 국내 사망자 첫 발생
올 들어 세계적으로 백일해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내 백일해 사망 사례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래 처음이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일해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던 생후 2개월 미만 아기가 지난 4일 사망했다. 아기는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상태로, 기침과 가래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지난달 31일 백일해 진단을 받았다.
백일해는 백일해균 때문에 생기는 호흡기 질환으로, 수두·홍역과 같은 2급 법정 감염병이다. 백일해에 걸리면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발작성 기침이 4주 이상 이어진다. 백일해란 이름도 기침이 100일간 지속된다고 해서 붙여졌다. 기침을 하거나 숨을 들이쉴 때 ‘훕’ 소리가 나기도 한다. 폐렴, 중이염, 경련 등 합병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백일해는 올해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292명에 불과했던 국내 환자는 올해 11월 첫째 주까지 3만332명으로 1년 만에 10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발생 환자가 지난 10년간(2014~2023년) 환자(2683명)의 11배에 이른다.
백일해 환자는 보통 7~19세 소아·청소년이 대부분인데, 지난 8월 이후 0~6세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1세 미만 영아 환자의 경우 지난달 초까지는 1주일에 2~4명씩 발생하다가 지난달 말부터 주당 12명으로 늘었다.
백일해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아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올해 백일해로 인한 1세 미만 사망자가 각각 10명, 20명 발생했다. 질병청은 “아기들은 첫 예방접종을 생후 2개월에 맞을 수 있는데, 2개월 미만 영아가 백일해에 걸리지 않으려면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도록 임신 27~36주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생후 2·4·6개월 때 1~3차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도록 하고 있다. 이후 15~18개월에 4차, 4~6세에 5차, 11~12세에 6차 접종을 맞아야 한다. 아기를 돌보는 부모나 조부모, 산후조리원 종사자뿐 아니라, 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을 자주 만나는 의료 종사자 등도 접종을 맞아야 한다.
질병청은 3~5년 주기로 반복되는 세계적 백일해 유행이 올해 돌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 2018년 유행 때(980건)보다 올해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해 백일해 예방접종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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