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도 없는 기자회견 참사, 선발 공개 취소까지…대만 졸속 행정, 개최국의 품격을 버리다 [오!쎈 타이베이]
[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이럴 거면 류중일 감독을 왜 기자회견장으로 불렀나’
프리미어12 주최 측인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는 B조 조별예선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대만 타이베이 더 하워드 플라자 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는 B조에 속한 한국, 대만, 도미니카공화국, 쿠바의 감독과 주장이 각각 참석했다. 한국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과 주장 송성문은 오후 4시(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기자회견 참가를 위해 오후 3시 타이베이돔 훈련이 끝나자마자 급하게 짐을 싸 호텔로 향했다. 일본, 호주는 13일 첫 경기가 일본 나고야 반테린돔에서 열려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공식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WBSC 관계자와 대만 타이베이시, 문화부 당국 관계자들의 소개 및 인사말로 무려 30여분을 보냈고, 곧이어 도미니카, 쿠바 감독과 주장이 단상에 올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통역은 중국어가 전부였다. 국제대회가 열리면 통상적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국가의 통역이 모두 참석하는 게 관례이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과 송성문, 대만 감독, 주장의 인터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단 그 전에 공식 기자회견임에도 단상에 테이블이 설치되지 않았다. 4개국 감독, 주장은 단상에 선 채로 인터뷰에 임했고, 인터뷰는 취재진이 아닌 한 대만 여성 사회자의 단독 질문으로 진행됐다. 모든 통역이 중국어로 이뤄져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대답을 하는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기자회견은 대만과 WBSC만의 축제였다. 통역이 중국어뿐이라 기자회견에서 나오는 인터뷰는 대만 취재진 및 현지 관계자들만의 전유물이 됐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기자회견에는 13일 첫 경기 선발투수를 공식 발표하는 순서가 있었다. 그러나 대만 측에서 기자회견을 약 5분 앞두고 돌연 선발투수 발표 순서를 지우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류중일 감독은 1차전 선발과 관련한 질문이 나올 경우 이를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사회자 단독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요 근래 대만팀 상대로 성적이 안 좋다. 작년 아시안게임부터 우리 국가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오는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28 올림픽을 바라보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세대교체 중이다. 지금 잘하고 있고 이번에도 젊은 선수들이 잘했으면 좋겠다”라는 출사표만 남기고 단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어 송성문 역시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뽑히게 돼서 되게 설레는 마음도 크다. 좋은 팀, 좋은 선수들과 경쟁을 한다는 거 자체도 값진 경험인 거 같다”라며 “주장을 맡게 됐는데 나 역시도 대표팀에 처음 뽑힌 거고 적응할 부분이 있다. 야구장 안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기 위해서 선수들과 조금 더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했고 이제 다들 잘 어우러진 거 같아서 대회 때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다”라는 각오를 남긴 게 전부였다.
공식 기자회견은 기자회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WBSC, 대만 당국 고위 관계자들과 대만 현지 관계자들의 기념사진 촬영으로 구성됐다. 류중일 감독, 송성문을 비롯해 4개국의 감독, 주장은 기자회견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KBO 관계자는 "류중일 감독님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셨다"라고 귀띔했다.
결국 그 누구도 기자회견에서 13일 한국과 대만의 첫 경기 선발투수를 듣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국내 취재진과 만나 1차전 선발투수로 고영표를 예고했지만, 대만 쩡하오주 감독은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대만의 선발투수는 대만 현지 시간으로 오후 7시 42분 WBSC 조직위가 보낸 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상대로 두 차례 호투를 펼친 좌완 린위민이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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