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라이선스’ 너무 잘했나… “中·日 시장도 맡아라”
젊은 골프 동호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미국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G/FORE)’의 국내 판매권을 가진 코오롱FnC는 12일 지포어를 들고 중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지포어 본사가 중국과 일본에서 지포어 사업권을 가진 기존 업체와의 계약을 끝내고, 한국 사업자인 코오롱FnC를 택한 것이다. 코오롱FnC는 단순히 지포어 본사 제품을 중국과 일본 시장에 판매하는 중개상이 아니다. 상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매장 운영과 마케팅 등까지 맡는다. 코오롱FnC가 지포어의 한·중·일 사업을 총괄하는 파트너가 된 것이다.
한국 패션 기업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는 뒤지지만, 뛰어난 마케팅 감각과 상품 기획력을 갖춘 국내 패션 기업이 해외 브랜드를 가지고 와 한국식으로 재탄생시키고, 이것이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한국 패션 기업을 파트너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 업계에서는 “라이선스 2.0시대가 왔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식 업그레이드
글로벌 브랜드나 IP(지식재산권)를 가진 회사들은 세계 각국 기업들과 현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 본사는 브랜드 사용권을 판매해 로열티(수수료)를 받고, 사용권을 사들인 기업은 계약을 맺은 지역(국가)에서 본사 브랜드를 사용해 사업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해외 라이선스를 받은 국내 기업이 해당 브랜드 제품을 그대로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에 로고만 박는 식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략 없이 유명 브랜드 로고만 가져다 썼다가는 눈높이가 올라간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해외 브랜드나 IP를 가져와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변신’이다. 패션 기업 F&F는 1997년 미국 프로야구인 MLB 브랜드를 사들였다.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브랜드여서 야구 모자와 유니폼으로 제품군이 한정됐다. 하지만 F&F는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일상복으로 MLB의 영역을 확대했다. F&F의 MLB는 한국을 거쳐 2020년 중국에 진출해 작년 기준 중국 매장을 1100개까지 늘렸다. 중국과 싱가포르·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7국에 진출한 MLB의 올해 해외 판매액은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F&F는 지난 7월 또 다른 라이선스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아시아 주요 국가 판권도 획득했다.
◇본사에도 없는 걸 만들어
국내 기업들은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를 라이선스 브랜드에 주입했다. 2011년 미국에서 시작된 지포어는 원래 장갑과 골프화가 주력인 회사다. 코오롱FnC는 30년 이상 엘로드, 잭니클라우스, 왁 같은 골프웨어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지포어의 주력 상품군을 의류로 확장했다. 골프화나 장갑은 대부분 본사에서 직수입하고, 의류는 코오롱FnC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전략을 세웠다. 2021년 한국에 처음 들어온 지포어는 이듬해인 2022년 단번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랜드는 강점인 아동복 노하우를 라이선스 브랜드에 활용했다. 이랜드는 2008년 미국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와 독점 계약을 맺고 나서 2013년 세계 최초로 뉴발란스 키즈를 만들었다. 이랜드 관계자는 “뉴발란스 본사를 상대로 아동용 단독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며 “뉴발란스 키즈는 이랜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발란스는 2020년 미국 본사와 중국 10개 도시에 대한 계약을 맺었는데, 뉴발란스 키즈에 대해선 중국 전역에 대한 사업권을 얻었다. 지난해 이랜드는 뉴발란스로 중국에서 2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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