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플레이어’ 尹대통령, 트럼프와 골프 무리는 없을 듯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골프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형·박인비 등 미국에서도 인지도가 높고 영어에 능통한 골프 선수들이 동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골프가 생활화된 분이고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화가 이뤄지려면 공이 제대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도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골프 외교’를 염두에 두고 최근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모처에서 본격 골프 연습에 들어갔다고 한다.
윤 대통령 골프 실력에 대해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과 라운드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골프를 함께 해 본 지인들은 “공이 잘 맞을 땐 220~230m 정도 날아갈 정도로 장타자”라면서 “집중력이 좋아 퍼팅에도 강점이 있었다. 그린에서 승부를 보는 편”이라고 했다. 스코어는 ‘보기 플레이’ 정도였다고 한다. 보기 플레이를 한다는 건 한 홀에서 규정 타수보다 한 타 정도 더 많이 쳐 18홀을 90타 안팎에서 마치는 수준을 뜻한다. 규정 타수가 ‘18홀 72타’인 것을 고려하면 아마추어로선 준수한 편이란 해석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에 임명된 뒤로 골프채를 거의 잡지 않아 지금은 100타 정도로 실력이 약간 후퇴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평소 취미로 야구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스윙 원리가 비슷한 골프 실력도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광이다. “두 번이나 시니어 대상이 아닌 정규 클럽 챔피언십에서 승리했다”며 자신이 ‘스크래치 플레이어(scratch player)라고 주장한다. 규정 타수만큼 친다는 얘기다. 그는 당시 “클럽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아주 영리해야 하며, 공을 멀리 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선 허풍 논란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대통령 임기 중 골프장을 300회 이상 찾았다. US오픈에서 우승했던 브라이슨 디섐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골프 실력에 대해 “드라이버 스윙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반복하기 쉬운 스윙”이라고 평가했다. 골프 칼럼니스트 릭 라일리는 저서 ‘최고 속임수 사령관(Commander in cheat)’에서 “트럼프 골프 실력은 사기”라면서 “트럼프가 자주 찾는 뉴욕 윙드 풋 골프클럽 캐디들은 트럼프를 ‘(축구 황제) 펠레’라고 부른다”고 썼다. 골프공을 발로 차서 다음 샷을 날리기 쉬운 곳으로 보내는 일이 너무 잦다는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박세리 선수를 만나 “한국 선수들이 골프를 너무 잘한다. 왜 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못하는 것이냐”고 묻는 등 한국 골프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골프 회동에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골퍼들이 함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골프를 어울리며 칠 수 있을 수준만 된다면 스코어는 큰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2019년 5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라운딩에 동참했던 일본 골퍼 아오키 이사오는 “(내가) 나이스샷이라고 말을 걸 새도 없이 두 사람은 공을 치면 쑥 카트로 돌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에 몰입했다”며 스코어는 기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골프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던 셈이다. 두 정상은 골프를 이유로 3시간 동안 밀담을 나눴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도 골프 외교를 통한 ‘브로맨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미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 7일 오전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를 하면서 “곧 만나자”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보다 더 빨리, 오랫동안 이뤄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과 함께 골프 카트를 타고 친분을 쌓았던 적이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친교 회동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을 초청해 조언을 듣는 것도 조율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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