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팔면 돈 안돼”… 콘텐츠·광고로 눈돌린 삼성·LG
국내 TV 업체들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TV만 팔아서는 돈을 버는 것이 점점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자체 운영체제(OS)를 탑재해 TV 채널처럼 실시간으로 영화·드라마를 보여주고 중간에 광고를 삽입해 수익을 얻는 등 TV를 활용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IT 전문 매체 옴디아는 “TV 시장에서 하드웨어의 사업성은 10년 동안 극적으로 변화했다”며 “대부분의 TV 제조 업체는 하드웨어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사라지면서 TV를 (스마트폰처럼) 플랫폼 삼아 수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LG, TV 플랫폼 사업서 1조원 이상 매출
삼성전자는 지난달 3일 세계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 CJ ENM, 뉴아이디, KT알파 등 국내 대표 콘텐츠 미디어 기업들과 손잡고 약 4000시간 분량의 한국 콘텐츠를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 내놨다. 삼성 TV 플러스는 사용자에게 영화·드라마 등을 무료로 보여주고, 광고 수익을 얻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30국에서 약 3000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제공하는 콘텐츠가 5만개를 넘는다. 삼성은 제작사에서 콘텐츠를 직접 구매한다. 삼성 TV를 산 미국 소비자들은 중간중간 광고만 본다면, ‘슬기로운 산촌생활’, ‘스트릿우먼파이터2′ 등 한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과 ‘암살’, ‘국제시장’ 등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삼성 TV의 서비스 매출은 2021년 1조원을 넘긴 후 계속 성장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TV 플러스 누적 시청 시간을 지난해 50억 시간에서 내년 100억 시간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스마트 TV 플랫폼 ‘웹OS’를 활용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 TV가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 ‘LG 채널’은 현재 전 세계 29국에서 3800여 개 채널을 서비스 중이다. 지난 6월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콘텐츠 전문 채널 ‘LG 쇼케이스’를 오픈해 MGM, 라이언스게이트 등 글로벌 영화 제작사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소니와 패러마운트사와도 콘텐츠 협의를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2027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최신 드라마와 영화를 비롯 독점 콘텐츠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콘텐츠를 통한 광고 수익을 포함해 LG전자가 TV 콘텐츠 서비스로 벌어들인 돈이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콘텐츠 사업의 영업 이익률은 두 자릿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가 예상하는 LG전자의 올해 TV 사업 영업 이익이 333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3분의 1가량이 콘텐츠 서비스 사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1등 필수 매체’ 스마트폰에 내줘
이처럼 국내 TV 제조 업체가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한때 필수 가전으로 여겨졌던 TV가 스마트폰 등장으로 위상이 최근 10년간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거실에 TV를 두지 않는 가정도 점점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일상생활의 필수 매체’를 발표하는데 TV는 2014년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에는 필수 매체로 TV를 선택한 응답자는 27.2%에 불과했다.
더구나 TV 판매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 등과의 경쟁으로 TV 가격은 정체하거나 하락하는 상황이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50~59인치 TV 가격은 올해 3분기 기준 620달러 수준이다. 1년 전인 작년 3분기(704달러)와 비교하면 11.9% 하락했다. 60~69인치 TV 역시 같은 기간 1183달러에서 1046달러로 11.6% 감소하는 등 전체 TV 가격은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재료 값 등 비용은 상승해 TV 사업의 영업 이익률은 매년 하락세다. 삼성전자의 TV 사업(VD 부문)은 지난해 매출 30조3800억원에 영업 이익 9180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은 약 3%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콘텐츠 서비스 사업보다 현저히 낮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외국 기업도 비슷하다. 삼성과 LG처럼 TV를 만들면서 자체 OS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로쿠도 매 분기 디바이스 부문 이익률이 10% 전후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플랫폼 부문 이익률은 50%에 달한다. 플랫폼 사업에서 돈을 벌어 적자를 메꾸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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