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악연’… 올트먼, 美 대선 ‘최대 패배자’ 될까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11. 13.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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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함께 오픈AI 세웠지만 불화 커지면서 머스크가 손떼
그래픽=김성규

2년 전 챗GPT를 내놓은 후 전 세계 인공지능(AI) 혁명을 이끌어 온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질주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오픈AI가 개발 중인 차세대 모델의 성능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도 올트먼에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트먼은 차기 트럼프 정부의 핵심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질긴 악연이 있다. AI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했지만, 사업 수익화 속도는 더디다. 이 때문에 앞으로 1~2년이 오픈AI와 올트먼의 앞날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복수 선택할까

“올트먼은 트럼프의 둘째 임기의 가장 큰 패배자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는 최근 미 대선이 테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새 정부의 강력한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와의 악연이다. 두 사람은 2015년 비영리 재단인 오픈AI의 공동 창립 멤버였다. 하지만 내부 갈등으로 2018년 머스크가 회사를 떠나며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이 났다. 올트먼은 “머스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오픈AI 영리법인에 대한 경영권을 요구했고, 오픈AI를 테슬라와 합병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며 머스크를 직격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올트먼이 인류를 위한 비영리 재단으로 설립된 오픈AI를 영리 기업으로 만들며 설립 당시 계약을 어겼다”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오픈AI 설립 과정에서 올트먼에게 회유와 기만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올트먼과 오픈AI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까지 냈다.

그래픽=박상훈

두 사람의 갈등의 진실은 불분명하지만, 당장 올트먼은 머스크의 복수가 두려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장 머스크가 오픈AI를 겨냥해 연방 차원에서 강력한 AI 규제를 추진할 수 있다. 더구나 머스크 자신이 설립한 AI 기업인 ‘xAI’를 통해 오픈AI를 견제할 수도 있다.

올트먼이 과거 트럼프를 향해 했던 발언들도 리스크가 되고 있다. 올트먼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히틀러에 비유하며 “그처럼 인종차별, 여성 혐오, 음모론에 무심한 대선 후보는 없다”고 악평했다. 당시 대선 개표에서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오자 “오늘 밤 우리는 울고, 절망하고, 두려워한다”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적기도 했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모두 자존심이 강하고 과거의 악연을 잘 잊지 않는 스타일인 만큼, 올트먼이 향후 이들과 호혜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에 대선 결과가 나오자 올트먼은 X에 “트럼프 대통령이 거대한(huge) 성공을 이루길 바란다”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그와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그래픽=박상훈

◇오픈AI, 한계 봉착했나

AI 모델이 점점 복잡해지고 거대해지면서 AI의 성능 발전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픈AI가 최종 목표로 두고 있는 범용 인공지능(AGI)의 개발에는 방대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가 필수고, 이는 곧 거액의 투자금을 뜻한다. 오픈AI는 지난 10월 66억달러(약 9조2400억원)의 역대 최대 민간 투자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AI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구글·메타 등 경쟁자가 늘면서 오픈AI의 범용 인공지능 개발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디인포메이션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 오리온(GPT-5)’의 성능 개선폭이 GPT-3에서 GPT-4로 넘어올 때에 비해 떨어진다고 전했다. 그런 사이에 오픈AI의 AI 서비스가 당장 큰 수익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오픈AI는 올해 약 37억달러(약 2조1800억원) 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자폭은 5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가장 뛰어난 AI 모델 개발에 집중한 오픈AI는 국방 기관과 군수 업체로까지 자사 AI 모델 ‘라마’의 적용을 넓힌 메타 또는 기업용 AI 서비스를 재빠르게 출시해 클라우드 매출을 늘리고 있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에 비해 수익 실현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오픈AI의 거액 투자금 유치나 핵발전소·AI 반도체 등에 하는 투자에 딴지를 걸 가능성도 있다”며 “올트먼에겐 쉽지 않은 4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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