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가을 탄다

천남수 2024. 11. 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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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스치는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진다.

거리에 낙엽이 쌓이고, 가을바람에 그나마 남은 잎새마저 떨구고야 마는 그런 계절이 되면, 사람들은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가을을 타는 것도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대할 때다.

만산홍엽의 계절, 우수수 떨어지는 잎새, 가을 바람에 거리를 뒹구는 낙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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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스치는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성했던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된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단풍조차 색을 잃는다. 빛바랜 입새와 앙상하게 변해버린 나무는 쓸쓸함을 더해준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이야기 들어라(하략)” 김소월의 시(詩)에 곡을 붙여 우리에게 익숙한 이 노랫말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는 말은 ‘역전 앞’과 같은 동의어 반복이다. 낙엽은 이미 떨어진 입새 아닌가.

여기서 ‘우수수’는 물건이 한꺼번에 수북하게 쏟아지는 모양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낙엽이 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우수수 떨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에 낙엽이 쌓이고, 가을바람에 그나마 남은 잎새마저 떨구고야 마는 그런 계절이 되면, 사람들은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가을을 타는 것도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대할 때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유난히 감성적이 되거나, 우울한 기분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을을 탄다는 것은 곧 계절을 타는 것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맞는 따뜻함과 노곤함을 두고 봄을 탄다고도 한다. 만산홍엽의 계절, 우수수 떨어지는 잎새, 가을 바람에 거리를 뒹구는 낙엽들. 한창 푸르렀던 나무들은 어느새 앙상한 모습만 남은 것을 보면, 마치 인생의 그것과 닮아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을을 타는지 모른다.

기온도 떨어지고, 스치는 바람도 냉기가 서려있을 때 사람들은 쓸쓸함을 느끼곤 한다. 한여름의 활기찬 거리가 어느 순간 텅빈 것 같은 거리로 변하니,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자연의 변화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까닭이다.

이럴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 등 실외활동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사람들과 맛난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혼탁한 세상을 뒤로하고, 가을의 감성을 느끼며 제대로 가을을 타는 것도 좋을 듯싶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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