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년만 전국투어… SNS 평정한 J팝 신예 다음 목표는 ‘韓 진출’ [방구석 도쿄통신]
축구선수 꿈꾸던 남고생, SNS 노래 영상 화제돼 가수로 데뷔
이달 전국 7개도시 투어… “방방곡곡 목소리 퍼뜨리겠다”
J팝 신인 남가수 렌(れん) 인터뷰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5
음악과 동떨어진 삶을 살다가 가수가 된 이는 흔치 않습니다. 오늘 방구석 도쿄통신은 2021년 혜성처럼 등장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데뷔 약 3년 만에 단독 전국 라이브 투어까지 돌게 된 J팝 가수 ‘렌(れん·21)’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려 합니다. 지난 5일 그를 화상으로 만나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2003년 6월 간토(関東·관동) 북동부 이바라키현에서 태어난 렌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일본 초·중·고교생들은 학업과 함께 부카츠(部活)라고 부르는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축구 부활동에 줄곧 매진했다고 합니다.
그런 렌이 마이크를 잡은 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한 2019년의 일입니다. 불과 16살 때였습니다. 정부가 외출 자제를 권고하면서 축구 연습과 경기들이 줄줄이 취소됐고, 심심한 날이 이어지던 중 친구의 제안으로 소셜미디어 틱톡에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영상을 올렸다고 합니다.
특유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 데뷔 제안까지 받았습니다. 지금은 직접 작사·작곡해 발매한 곡이 20곡을 넘겼고, 소셜미디어 총 팔로워 수 150만명과 동영상 총 조회 수 1억회를 돌파한 어엿한 프로 가수가 됐습니다. 뉴스레터 발행일인 오늘(13일)엔 수록곡 6곡이 담긴 EP 앨범도 발표했습니다.
최근 대학에서 한국어 교양 수업을 듣고, 내년엔 한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는 렌과의 일문일답(一問一答)을 전해 드립니다.
-기타는 어떻게 배웠나
“코로나 팬데믹이었던 고2 때 독학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밴드인 원오브락(ONE OK ROCK·일본 4인조 남성 록밴드)의 ‘굿 굿바이’라는 노래를 처음으로 배웠다.”
-다른 할 줄 아는 악기는
“피아노를 조금씩 배우고 있지만 지금은 전혀 못 치는 수준이다”
-작사·작곡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누군가에게서 배운 건 아니고, 그동안 좋아하던 곡들을 레퍼런스로 삼아 자연스레 시작하게 됐다. 너무 천재 같은 이야기 같지만, 정말 뭔가에 이끌려서 하게 됐다.”
-작사·작곡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받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좋아하는 아니메(애니메이션)를 보다가 이야깃거리가 떠오른다. 웹소설 주제가를 의뢰받은 적이 있는데, 그땐 해당 소설을 읽으며 떠오른 영감을 곡에 담았다.”
2021년 9월 발매된 렌의 데뷔곡은 이별을 주제로 한 ‘싫어할 수 없어(嫌いになれない·키라이니나레나이)’란 곡이었습니다. “친한 남자 선배의 실연 이야길 전화로 들어주다가 (영감이) 떠올랐다. 조금은 구질구질하게까지 누군가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싫어할 수 없는 사람이 있구나’란 생각에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자작곡은
(지난 3월 발매한) 셋피(雪庇)라는 곡이 가장 좋다. 개인적으로 멜로디가 맘에 든다.”
-어린 시절 축구를 했다고 들었다
“진지하게 하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프로를 목표로 했다. (가수가 되고 나서) 대학교 3학년인 지금은 예전처럼 활발하게 하고 있진 않다. 대학 동아리에 소속돼 있다.”
-노래에 소질이 있다는 건 언제 알았나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친구 가족들과 함께 가라오케(노래방)에 갔는데, 한 친구 어머니로부터 ‘노래를 잘한다’는 말을 들었던 게 기억난다.”
-본인이 어떤 장르 가수라고 생각하는지
“기본적으로 J팝에서 파생된 장르를 다루는 평범한 가수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이미지라면 아니메송(애니메이션 주제가) 계열이 아닐까. 개인적으론 록 음악을 해보고 싶다. 싱어송라이터다보니 (록 가수 같은) 그런 이미지가 부족한데 꼭 도전해보고 싶다.”
-지금의 렌이 있기 위해 영향을 준 선배 가수는 누구인가
“보컬리스트로선 (아까 질문에서도 얘기한) 원오브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음악 전반적인 영향을 말한다면 사카낙숀(サカナクション·일본 5인조 록밴드). 얼터너티브한 노래를 듣길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서 그런 영향을 받아 온 것 같다.”
얼터너티브 음악은 기존 장르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음악을 말합니다.
-앞으로 ‘콜라보’ 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
“기회가 된다면 여가수 레이나(23)와 협업해보고 싶다. 목소리가 정말 독특하다. 특히 난 멜로디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기보다 흐르는 대로 부르는 타입인데, 그런 면에서 나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함께 노래를 부르면 어떨지 상상도 안 되면서도, 긍정적인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렌은 이달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전국 7개 도시를 순방하는 ‘렌 원맨 라이브 투어 2024′를 앞두고 있습니다.
-첫 전국 투어를 앞두고 있는 심정은
“내 팬 중엔 소셜미디어로만 내 음악을 들었던 분들이 많다. 이번엔 그분들을 위해 직접 지방을 돌며 노래를 들려 드리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마침 새 EP 발매와도 겹쳤기 때문에 새로운 노래들을 처음 선사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굉장히 기대된다.”
-첫 단독 콘서트도 기억하나
“2022년 3월 26일 (도쿄) 시부야에 있는 공연장에서 처음으로 했다. 당시 야마모토라는 프로 피아니스트와 둘이서 공연했어서 더 기뻤던 기억이다. 발매한 곡도 많지 않았던 때라, (공연에 와준) 팬들에게 내 모든 노래를 들려 드릴 수 있었다. 그래서 왠지 더 좋은 경험이 되었달까. 당시 내 공연을 봐준 팬들은 지금 공연을 봤을 때 ‘렌이 엄청나게 성장했구나’라고 느낄 것 같다.”
-이후로 몇 번의 단독 콘서트를 했는지
“관객이 있었던 공연만 치면 10번쯤 되는 것 같다. 긴장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첫 공연 때부터 즐기면서 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들었다
“실력은 아직 바닥이다. 겨우 쓰여 있는 걸 읽을 수 있는 정도. 말은 잘 못한다.”
-어쩌다 공부하게 됐나
“꽤 여러 (외국어 수업) 선택지가 있었는데, 내게 가장 친숙했던 게 한국어였다. 어렸을 때부터 BTS(방탄소년단) 등 K팝 노래들을 자주 접했다.”
-한국에 왔던 적도 있나
“중학생 시절에 축구 대회에 참가하러 왔었다. 한 한국 중학교랑 경기했는데 어디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바람이 굉장히 세차게 불었던 게 기억난다. (경기장이) 서울은 아니었다. 식당에서 김치를 처음 먹었던 것도 생각난다.”
-좋아하는 K팝 가수가 있다면
“(BTS 멤버) 정국. 최근 발매한 솔로곡 ‘스탠딩 넥스트 투 유(Standing Next to You)’를 감명깊게 들었다.”
-콜라보하고 싶은 K팝 가수는
“10cm(권정열). 가창력도 대단하고 히트곡도 많아서 멋있다. 언젠가 같이 노래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년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던데
“한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생겼다고 들었다. 그분들을 위해 우선 내년 라이브 공연부터 하고 싶다. 한국 팬들이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해시태그(#)도 많이 해주셔서 꼭 보답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가수에 대한) 팬 활동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여러가지로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파하는 방법이 능숙하다. 본격적인 진출도 하기 전인데 벌써 (한국 팬들에게) 애착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 빨리 만나고 싶고, 라이브 공연에서 노래를 하루빨리 들려 드리고 싶다. 메시지를 남기자면, ‘항상 감사합니다.’ 흔한 말이지만 그 배경엔 여러 내 감사한 마음이 담겨 있다.”
11월 13일 64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한국 진출을 계획하는 J팝 신예 가수 렌(れん)과의 인터뷰 기사를 전해 드렸습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62~63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日 자영업자 울리는 ‘500원 동전’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0/30/TTKB4DTMYBBPTMILTC4RY52Q6I/
“오사카 공항서 도톤보리까지, 이제 ‘터치’로 전철 타세요”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1/06/P5PBP4GAUFAQVC7NXHU24B2JQI/
‘방구석 도쿄통신’은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하단의 ‘구독’ 링크를 눌러주세요. 이메일 주소로 ‘총알 배송’됩니다.
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5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준하도 “먹튀 당했다”…‘월매출 4억’ 대박에도 못 웃는 이유
- “내가 오리지널인데”… 이문세, 임영웅 리메이크 곡 인기에 보인 반응
- LG엔솔, 美 재생에너지 기업과 대규모 ESS 공급 계약
- 1~9월 나라살림 적자 91.5조원…작년보다 20조 넘게 늘어
- [속보] 정부, 환율 구두개입…최상목 “과도한 변동성엔 적극 안정조치”
- HD현대 정기선 부회장, 수석부회장으로 승진…계열사 3사 대표 신규 선임
- 5% 미만인 부동산PF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2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 “우리가 뭘 잘못했지?”... 하객 5명 참석한 결혼식, 무슨일?
- 헤어진 여친 스토킹 살해범은 34세 서동하…경찰, 신상정보 공개결정
- “노벨상 한강 평가로 한국 사회 두쪽 갈라질 수도”… ‘목사 삼촌’의 공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