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판사, 비겁하지만 않으면 판례대로 선고할 수 있다
거짓말 후 허위진술 유도와 위증 교사까지
거짓말로 거짓말 막는 죄질 아주 나빠
단단히 혼내지 않으면 선거판 엉망 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성남시장 시절 함께 해외여행도 가고 골프도 친 산하 공기업 처장을 모른다고 했다가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로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안다’는 건 이름으로만 아는 경우부터 동침하는 남녀처럼 속속들이 아는 경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어느 정도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심각한 것은 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 중 다른 하나다. 그는 2021년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열흘 뒤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만약에 (용도 변경을)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걸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국토부 직원은 그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이 대표 쪽에서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압박을 받았다는 허위 진술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과 관련한 거짓말로 대법원까지 갔다. 당시 권순일 대법관의 도움으로 무죄가 되긴 했지만 거짓말이 아니어서라기보다 후보자 간 치열한 공방 속에서 설명이 차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선거토론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가 그 판결로 사실상 경고를 받았음에도 다시 선거 과정에서 거짓말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심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이 혐의도 발단은 허위 사실 유포다. 그는 2002년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KBS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했다는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2018년 선거 과정에서 누명이라고 주장하다가 고발됐다. 이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김 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진성 씨에게 ‘김 시장과 KBS PD 사이에 나만 주범으로 몬다는 협의가 있었다’는 증언을 요구한 모양이다. 실제 증언이 이뤄졌고 그 덕분인지 어떤지 이 대표는 무죄가 됐다. 그러나 뒤늦게 김 씨가 위증이었다고 법원에서 자백하면서 이 대표는 위증 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개인적 경험이 있다. 그가 다녔다는 교회에 2010년부터 다녔지만 그를 본 적이 없다. 성남시장에 출마하기 전 교회에 등록하고 몇 번 나왔다고는 하지만 이후 10년 넘게 나오지 않아 제적 상태라는 목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는 간간이 나왔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바쁜 정치인에게 교회 출석이 무슨 대수라고 그냥 인정해 버리고 말면 될 것을 굳이 거짓말을 하면서도 거짓말로 여겨지는 게 싫다고 또 다른 거짓말을 지어내는 심리는 자기 스스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마성(魔性) 같은 것일 수 있다.
이 대표의 두 혐의는 검찰의 인지(認知) 수사로 밝혀진 것이 아니다. 공개된 선거 과정에서의 발언으로 고발되거나 공개된 법정에서의 자백 때문에 기소된 것이다. 다른 혐의들은 몰라도 두 혐의는 액면으로도 표적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혹시 성남시 공무원들이 국토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진술하지 않는 것이나 김 씨가 뒤늦게 위증이라고 자백한 것이 본인들을 향할지도 모를 검찰 수사가 무서워서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의 것에 대해서는 국토부의 압박으로 볼 근거 자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뒤의 것에 대해서는 ‘이 대표만 주범으로 몬다’는 협의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 씨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 되지”라고 유도하는 이 대표의 음성 녹음이 남아 있다.
법관이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해 기존 판례대로 선고하는 데는 각별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재판 중에 사표를 낸 어느 판사처럼 비겁하지만 않으면 된다. 이 대표의 호위무사들이 국회에서 벌이는 무도한 행태를 고려할 때 이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법관을 탄핵하겠다고 난리를 부리겠지만 그걸 인용해줄 헌법재판소가 아니다.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줄은 굽어서 측량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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