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트럼프 랠리’에 세계가 들썩이는데 韓 증시는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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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가에 나돈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고의 자산이 뭐냐고 물었더니 코인 투자하는 사람은 '비트코인', 미국 주식 하는 사람은 '엔비디아, 테슬라'라고 하는데 한국 주식 가진 사람은 '건강'이라고 답하더란다.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뒤 이는 더 현실이 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트럼프 수혜 자산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로 들썩이는데 한국 증시만 소외돼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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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미 대선 다음 날부터 나흘 연속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엔비디아를 새로 품은 다우존스지수는 11일 44,000 고지도 밟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경험했던 글로벌 자금이 더 독해진 트럼피즘을 앞두고 미 증시와 달러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 감면, 규제 완화 등 트럼프가 내세운 친기업 정책도 투자 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트럼프가 “슈퍼 천재”라고 추켜세운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나흘 새 40% 가까이 폭등했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도 연일 최고가 행진 중이다. 10일 사상 처음 8만 달러를 넘더니 12일 오전 8만9000달러까지 돌파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한국 코스피 시총 규모도 뛰어넘었다. 3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을 사기(scam)라고 했던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상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중앙은행이 금을 비축하는 것처럼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보유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와 달리 한국 증시는 ‘남들 오를 때 못 오르고, 떨어질 땐 폭삭 주저앉는’ 게 뉴노멀이 됐다. 비실대던 코스피는 12일 2% 가까이 급락하며 3개월 만에 2,500 선이 붕괴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이슈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더 강력해진 보호무역주의가 한국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된 탓이다. 트럼프 1기 때 한국 증시를 빠져나간 글로벌 자금이 23조 원인데, 이미 외국인은 석 달째 국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미국 증시로 ‘주식 이민’을 떠나는 개미도 갈수록 늘고 있다.
▷투자자들이 한국을 등진다는 건 국내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하고 일자리를 만들 기회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증시 이탈을 막으려면 경제 기초체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몸집이 훨씬 큰 미국에 잠재성장률을 역전당할 만큼 성장 엔진은 식었고, 주력 산업은 혁신 기업의 등장 없이 수십 년째 제자리다. 세계 꼴찌 수준의 주주 환원과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도 달라진 게 없다. 이를 그대로 두고 한국 증시가 활력을 갖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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