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2기 첫 과제 ‘103만엔의 벽’
“소득 비과세 한도 상향해야”
국민민주당 공약 무시 못해
첫 대야 협력 정책 방향 주목
여소야대 상황을 마주한 일본 이시바 시게루(사진) 정권의 첫 과제로 ‘103만엔(약 940만원)의 벽’ 논의가 거론된다. 특별국회 총리 선거의 ‘캐스팅보트’였던 국민민주당의 주요 공약이어서 무시하기 어렵지만, 세수 감소는 큰 반면 납세자들이 체감하는 감세 효과는 작다는 지적이 있어 섬세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2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수 여당 형태로 정권을 운영하게 됐다. 그 의의를 잘 살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신중하게 반영하고 폭넓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소수 여당 체제는 1994년 하타 쓰토무 내각 이래 30년 만이다. 여당은 예산안, 법안 통과 하나하나를 위해 야당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야 협력체제의 첫 연결고리로 거론되는 게 ‘103만엔의 벽’이다. 근로소득자의 연 수입 비과세 범위가 103만엔인 데서 비롯된 말로, 시간제 근로(아르바이트) 수입 등을 합해 소득이 103만엔을 넘으면 오히려 납세자에게 손해가 되는 상황을 지칭한다. 이번에 국회 28석을 얻은 국민민주당은 비과세 한도 상향을 ‘부분 연정’ 핵심 조건으로 꼽고 있다.
이 숫자가 ‘벽’으로 지적되는 건 다른 가족이 부담해야 할 세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만 23세 미만 대학생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의 경우, 자녀가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번 연 소득이 103만엔을 넘으면 특정 부양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세 부담이 늘어난다.
과거 세법에서 부양가족인 배우자의 연봉이 103만엔을 넘을 경우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정한 것도 일본 사회가 103만엔 기준을 깨기 힘든 벽으로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제도는 배우자 연 소득 150만엔까지는 특별공제가 적용되도록 개편됐지만 ‘심리적 장벽’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국민민주당은 연 소득 비과세 범위를 178만엔(약 1630만원)까지 넓히자고 주장하고 있어, 이대로면 세수가 7조~8조엔(약 64조~73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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