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 상태 잔인하다 싶으면 90%는 ‘치정 살인’”…유부남 장교, 내연 女군무원과 갈등

‘위조 차량 번호판’ 치정 범죄 연결고리…군 장교의 살인 계획
“말다툼 끝에 관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살인 저지른 듯”

북한강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현역 육군 장교 A 씨가 피해자와 내연 관계였던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과거 범죄 전문가의 분석이 재조명되고 있다.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A씨(38). 오른쪽 사진은 지난 6일 A씨가 다리 위에서 훼손된 시신이 담긴 봉투를 강 아래로 떨어뜨리는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현장 검증 모습. 연합뉴스

 
12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여자 군무원인 피해자와 내연 관계를 유지하다 말다툼 끝에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체포 직후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일관되게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그의 주장을 반박할 여러 정황을 확보했다. A 씨는 범행 전 '위조 차량 번호판'을 검색한 기록이 남아 있었고, 프로파일러의 범죄행동 분석 결과에서도 살인에 대한 사전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A 씨가 의도적으로 범행을 준비했음을 확인했으며, A 씨도 결국 마지막 경찰 조사에서 “죽일 마음이 있었다”며 계획된 범행임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범죄 성향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피의자 A 씨의 범죄행동을 조사했다. 아직 보고서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사체 손괴와 은닉 방식이 지능적으로 이루어진 점, 범행의 계획성이 엿보인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거 후 줄곧 우발 범행을 주장했으나,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사건 당일 위조 차량 번호판을 조회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그의 계획된 범행을 입증하고자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A 씨는 결국 이를 인정하게 됐다.

법원은 지난 11일 A 씨가 낸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가 없으며, 긴급성이 없다"고 설명하며 A 씨의 신상 공개를 허용했다.

강원 화천 북한강에 30대 여성의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후반의 현역 육군 중령이 지난 5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따라 A 씨의 신상은 13일 오전 10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신상 공개는 중대한 피해와 잔인성, 국민의 알 권리 및 공공의 이익을 충족할 때 이루어지며, 경찰은 지난 7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A 씨의 이름과 사진 공개를 결정한 바 있다. 이후 A 씨의 이의 신청으로 유예 기간이 주어졌으나, 법원의 기각으로 신상 공개가 최종 확정된 상태다.

이번 사건은 치정에 의한 살인의 특성과 계획 범행의 정황이 드러나며, 범죄 전문가의 분석과 경찰의 조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 씨의 범행 의도와 과정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도 앞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김복준 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방송에 출연해 치정 살인의 잔혹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살인 사건은 주로 원한, 채권·채무, 치정 3가지로 나뉜다”며 "치정에 의한 살인이 가장 잔혹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험상 사체 상태가 잔인할 경우 대개 치정이 원인”이라며 “이러한 범죄의 90%가 남성에 의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며, 여성은 대체로 간접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치정 범죄가 다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검거가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