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 넓혀라” 총공세…젤렌스키는 ‘전전긍긍’
땅 20% 빼앗긴 우크라 “쿠르스크·동부 등서 교전 치열”
“용돈 38일 남아” 트럼프 장남 조롱…우크라 분위기 ‘암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이 다가올수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최전선 전투가 격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트럼프 당선인이 시사한 종전 협상이 시작되기 전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최대한 영토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 대선 직전까지 ‘승리계획’ 지지를 호소하며 사방팔방으로 외교전을 펼쳐온 우크라이나에는 갈수록 암울한 분위기가 드리우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약 5만명의 적군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8월 기습 공격으로 일부 점령 중인 쿠르스크를 두고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함께 ‘탈환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거점도시에서도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남부 전선에서도 조만간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최근 “(전면전이 시작된 이래) 가장 강력한 러시아의 공세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치열한 공방전에 나선 데는 트럼프 당선인이 밝혀온 종전 구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현재의 경계선’ 기준으로 종전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시사해왔다. 이 방식이 실현될 경우 양국은 땅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해야 유리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20%가량을 점령 중이다. CNN은 “우크라이나는 10월 들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땅을 잃었다”며 “트럼프는 아마도 전쟁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에) 가장 위험한 시기에 백악관에 입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앞으로 4~5개월이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올겨울이 결정적 시점”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이라는 부담스러운 상황을 직면하고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호소해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그동안 민주적 가치 등에 호소해왔던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이제 더 강경한 접근 방식을 택하는 사람(트럼프 당선인)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계속해서 알아내려 노력 중”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겐 재빠른 아첨이 답인 듯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속 타는 행보에도 앞날은 삭막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실세’ 역할을 할 인물로 꼽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용돈을 잃기까지 38일 남았다”는 문구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상을 게시했다. 조롱 섞인 영상의 원본은 공화당 소속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올린 것이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는 것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로이터에 “우크라이나의 분위기는 매우 암울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서 좌절감이 커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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