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마저 열정페이?…논란 되자 화들짝 정정

[KBS 대전] [앵커]

보수는 제대로 주지 않고 재능만 가로채는 행위를 열정페이라 부르는데요.

이런 일이 행정기관인 대전시에서도 벌어졌습니다.

명품 도시를 만든다며 대학교수급 디자이너를 모집하면서 급여 대신 활동비만 주겠다고 했는데 논란이 일자 급히 정정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정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전시가 낸 전문 공공디자이너 모집 공고입니다.

자격은 대학 조교수 이상, 업계 경력은 9년 이상 갖춰야 응시할 수 있습니다.

보수에 대해선 활동비를 준다고 돼 있습니다.

[대전시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 월급이나 이런 체계는 아니고요. 자문을 요청드리고 출석하실 때…."]

모집 공고를 다시 봤습니다.

공공디자인법 16조를 따른다고 돼 있습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공공 디자이너를 위촉할 땐 경력과 자격에 따라 학술연구용역 인건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앞서 공공디자이너를 위촉한 서울과 인천, 부산시는 해당 규정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대전시는 인건비 대신 활동비를 주기로 한 겁니다.

이에 대해 업계와 학계에서는 디자인이라는 전문 영역의 인력을 대전시가 열정페이로 이용한다며 비판했습니다.

[이승훈/시각디자이너 : "자치단체마저도 급여가 아닌 활동비를 준다는 것 그 자체가 열정페이가 다름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요. 이렇게 한 줄의 이력서가 필요한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문화체육관광부도 세부 지침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 "지침에 나와 있는 보수의 일, 보수액 기준을 맞춰달라고(대전시에) 요청을 드렸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대전시는 결국 관련 공고를 정정해 재게시했습니다.

[이정호/대전시 명품디자인담당관 팀장 : "활동비 수준이라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정정공고문을…."]

명품 디자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대전시.

디자인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하는 자세부터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강욱현

정재훈 기자 (jjh119@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