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은 '건곤대나이'를 어떻게 배웠을까?

문원빈 기자 2024. 11. 1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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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레벨까지 견뎌야 하는 인고의 시간? 63레벨 이후에도 총체적 난국

"고생 끝에 낙이 온다지만 혼자서는 너무 힘든 인고의 시간"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월드로 구현한 '바람의나라 클래식'이 역대급 인기를 끌고 있다. 수많은 게이머가 출시 직후 바람의나라 클래식에 접속해 레벨 육성을 위한 사냥에 전념하고 있다.

기자는 전사를 선택했다. 어렸을 적 혼자서 육성한 캐릭터는 주술사뿐이라서 그런지 건곤대나이, 동귀어진, 백호참, 쇄혼비무, 포효검황 등을 사용하는 전사를 향한 로망이 있었다.

동료 기자에게는 그룹 사냥을 위해 도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서로 규칙을 정했다. 바람의나라 클래식과 과거의 감성을 온전하게 만끽할 수 있도록 레벨은 1대1 그룹 사냥으로만 육성하고 인스턴스 교체, 타 유저와의 거래, 버그 및 편법 사용을 금지했다. 

다른 동료나 타 유저에게 아이템이나 재화도 받지 않고 오직 서로의 힘으로만 바람의나라 클래식 여정을 헤쳐가자는 각오다. 왕의 퀘스트도 근본 감성이라고 보기엔 어려워서 제외했다. 어차피 바람의나라 클래식에는 거래 기능이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바람의나라에서 전사는 매우 독특한 직업이다. 격수인데도 63레벨까지 공격 스킬이 없다. 63레벨까지 각종 버프를 사용해서 'SPACE' 버튼만 누르고 있는 것이 전부다. 놀라운 사실은 커트라인이 하향돼 63레벨이지 원작 오픈 버전 기준으로는 80레벨이다. 

투명 · 비영승보, 필살검무를 빠르게 습득하는 도적이나 원거리 마법을 활용해 혼자서도 사냥 가능한 주술사와는 완전히 상반된 구조다. 그래도 레벨을 올릴수록 빛을 발하는 직업인 만큼 인고의 시간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직접 체험하니까 왜 유저들이 전사를 '전붕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필요 경험치, 바람의나라 사냥 구조, 스킬 습득 재료 등을 보니까 "초창기 개발자는 전사를 싫어했던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악랄했다. 

과거 바람의나라 초창기 버전 전사 유저들은 어떻게 이 인고의 시간을 견뎠을까.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 비합리적인 직업 스킬 및 사냥 구조

- 정말 도사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바람의나라 사냥 구조는 주술사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그룹 사냥이다. 도사는 격수의 화력이, 격수들은 도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바람의나라 클래식에서는 도사의 메리트가 이미 널리 알려진 시점이라 도사의 개체 수가 많지만 과거의 도사는 존재만으로 귀족이었을 정도로 희소했다.

앞서 말했듯이 전사는 평타로만 사냥한다. 도적은 18레벨 때 신수 마법으로 혼자서 어느 정도 사냥할 수 있고 38레벨 때 투명 · 비영승보를 모두 익히면 전사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사냥 속도를 자랑한다. 손이 바쁘지만 그 손맛이 매력적이라 인기도 많다.

여기서 만약 자신이 도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사냥 속도가 빠른 도적이랑 그룹 사냥을 진행할 것이다. 안 그래도 인기가 많은 직업이라 개체 수도 많다. 도사의 사랑을 도적이 모두 차지하니까 전사는 평타로 낮은 사냥터에서 혼자 사냥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인고의 시간이다.

 

■ 직업마다 다른 필요 경험치

- 똑같이 시작했고, 도사가 더 많이 죽었는데 레벨은 도사가 더 높은 아이러니한 상황

바람의나라는 직업마다 레벨 상승에 필요한 경험치 총량이 다르다. 예를 들어 주술사는 초반 필요 경험치가 적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많아진다. 이로 인해 주술사도 고급 사냥터로 항하면 화력 대비 필요 경험치 총량이 너무 높은 탓에 99레벨까지 인고의 시간을 겪어야 한다.

전사는 초반부터 가장 많은 경험치가 필요하다. 그룹 사냥을 못해서 안 그래도 서러운데 필요 경험치까지 많다. 그나마 바람의나라 클래식은 원작과 달리 인스턴스가 무한으로 생성되니까 사냥터 자리는 쉽게 찾을 수 있어 조금이나마 나아진 편이다. 

사냥터 경쟁도 치열했던 과거 유저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늠하기도 어렵다. 기자도 고정 도사 없이 혼자서 육성했다면 금방 포기하고 예전처럼 주술사로 전환했을 것이 틀림없다. 

 

■ 높은 허들 자랑하는 무기 습득 구조

- 무기 획득 허들이 꽤 높은 편이다

바람의나라 클래식에서 금전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무기는 철도까지다. 시약 상인이 판매한다. 철도 이후 무기인 '철검'부터는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 일정 수준 개선된 버전인 만큼 철검은 자호굴의 보스인 '적호'에게서 얻는다.

이제부터 전사는 또 서럽다. 여우굴, 돼지굴까진 몸을 비틀면 혼자서 사냥할 수 있다. 하지만 자호굴은 이전 사냥터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몬스터의 체력도 많고 대미지도 강력하다. 혼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체력이 0으로 내려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사는 상위 무기를 얻는 것도 난관이다. 결국 도사가 없다면 다른 유저와 거래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바람의나라 클래식을 경험하는 유저들은 장비 수리 비용이 상당히 비싼데 금전을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격수가 사냥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위 무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무기를 얻기 위한 과정이 전사 입장에서는 너무 가혹하다. 

 

■ 설계부터 이상한 스킬 습득 재료

- 63레벨을 달성했다고 인고의 시간이 끝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대망의 63레벨을 달성했다면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다. 전사의 길에서 건곤대나이를 클릭하고 재료를 확인한 순간 절망에 빠진다.

건곤대나이 습득에 필요한 재료는 1500전, 도토리 100개, 호박 20개, 현철중검 2개다. 아무리 강력한 스킬이라도 터무니 없는 재료다. 이를 보며 기자는 과거 바람의나라 디렉터, 레벨 디자이너를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철중검은 해골굴과 유령굴에서 드롭된다. 호박은 사마귀굴, 전갈굴에서 처음 얻는다. 건곤대나이를 습득할 때까지 전사는 평타로만 사냥해야 한다. 도사, 주술사는 자신들 레벨 육성하기 바쁘다. 시간이 널널한 도사, 주술사가 천사처럼 다가와 도와주지 않는 이상 전사 혼자 절대 얻을 수 없는 재료들이다.

결국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구매뿐이다. 현재 디스코드 등 아이템 거래 시장에서 해골 무기 중 현철중검의 시세가 가장 높고 구매 요청도 가장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자는 직접 현철중검 3개를 얻겠다고 동료 기자와 유령굴에서 무려 7시간을 사냥했다. 해골 무기를 드랍한다는 초급, 고급 유령을 수도 없이 잡았지만 해골죽장 1개 외엔 구경하지 못했다. 유령전사의 젠은 약 2시간 간격이다. 유령굴 대미지가 워낙 강력해서 잠수를 타고 기다릴 수도 없다. 

다른 유저들은 유령굴 9층에서 인스턴스를 바꾸며 보스를 사냥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인스턴스 교체는 규칙으로 금지했으니 주구장창 기다렸다. 다행히 2시간 40분 정도 뒤에는 인스턴스가 막힌 덕분에 다른 유저들의 개입이 없어 스트레스는 줄었다.

62레벨 사중공격을 습득하고 유령굴에 입장했는데 현철중검 2개를 얻고 밖으로 나오니까 68레벨이 됐다. 사망으로 다시 등반한 횟수는 4번이다. 호박은 사마귀굴부터 모았던 덕분에 31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며 대망의 건곤대나이를 배웠다. 건곤대나이를 배운 기념으로 사용해야 할 현철중검을 얻기 위해 다시 유령굴을 등반했다. 이미 레벨이 68이라 검신검귀도 습득한 덕분인지 사냥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 

드디어 전사의 본격적인 시작점에 도착했다. 정말 거래조차 힘들었던 과거 바람의나라에서 전사 유저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까 다시금 감탄했다. 동료 기자는 "완전 다른 캐릭터네. (건곤대나이 사용 시) 체력 손실 때문에 더 바빠졌지만 재밌다"고 전했다. SPACE 키에만 손을 올려놓고 있었던 기자와 달리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고생한 동료 기자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기다려라 동귀어진!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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