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대에 끼여 부서진 몽골 이주 청년의 ‘꿈’…영주권 눈앞 두고 하늘로

김지환·조해람 기자 2024. 11. 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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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로 숨진 32세 강태완
27년 전 엄마와 한국 이주
차별 딛고 꿋꿋하게 생활

27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살다가 올해 취업해 안정적 체류자격을 얻은 청년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졌다. 12일 고용노동부 설명을 종합하면, 전북 김제시에 있는 특장차 제조업체 ‘HR E&I’ 노동자 강태완씨(32·몽골명 타이왕)가 지난 8일 오전 11시쯤 새로 개발한 10t짜리 장비를 시험하기 위해 이동시키다 고소작업대와 장비 사이에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다섯 살이던 1997년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입국한 강씨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미등록 이주아동이었다. 활발한 성격이던 강씨는 경기 군포시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자신이 체류자격이 없다는 걸 알게 된 뒤 말수가 줄었다. 그는 지난달 9일 ‘이주와인권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중학교 때 친구랑 싸웠는데 친구 부모님이 경찰을 부른다고 하셨다. 담임 선생님께서 ‘경찰까지 오게 되면 네가 한국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때 체류자격이 없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강씨를 지원해왔던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의 부고 글을 보면, 고등학교 졸업 뒤 이삿짐센터·공장 등에서 일하던 강씨는 2021년 7월 몽골로 자진출국했다. 법무부가 자진출국한 미등록 이주민에게 재입국 기회를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강씨가 몽골에 있는 동안 이주인권단체들의 노력으로 법무부는 국내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주아동에게도 체류자격을 2025년 3월 말까지 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국내서 태어나 15년 이상 체류한 이주아동이 구제대책 대상이었다.

2022년 3월 단기체류 비자로 한국에 돌아온 강씨는 구제신청을 거쳐 유학(D-2) 체류자격을 받을 수 있었다. 경기도의 한 전문대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강씨는 지난 3월 HR E&I에 연구원으로 취직했고, 지난 6월엔 거주(F-2) 체류자격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역특화형 비자를 알게 돼 전북까지 내려와 취직하게 됐다. 전북에서 5년 일하면 영주권을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고 들었다. 영주권을 받고 귀화까지 하는 게 제 목표”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부고 글에서 “저에게 태완은 이주노동자도, 몽골 출신도 아니었다. 태완은 이주아동이었고, 한국어밖에 하지 못하는 군포 출신이었다”며 “‘Taivan’(타이왕)이라는 이름이 찍힌 외국인등록증이 아니라 강태완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주기 위해 활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태완이 떠나버렸다”고 적었다.

유족 측은 회사를 상대로 공개 사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지환·조해람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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