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폐지 2년…화물노동자들 “반 토막 운임에 과로·과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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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도 안전운임제 확대 적용을 주장하며 삭발했던 박씨는 "안전운임제 3년 동안 그나마 살 만했는데, 폐지 이후 운임이 깎이면서 다시 빚만 늘고 있다"며 "2년 전에도 아내가 울면서 말렸는데 또 삭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안전운임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폐지로 돌아섰고, 이에 화물연대는 2022년 두차례 파업을 했지만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 대응 속에 안전운임제는 그해 일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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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차 컨테이너 화물기사 박철이(65)씨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료 99명과 함께 머리를 밀었다. 2022년 12월 일몰된 안전운임제 재입법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2년 전에도 안전운임제 확대 적용을 주장하며 삭발했던 박씨는 “안전운임제 3년 동안 그나마 살 만했는데, 폐지 이후 운임이 깎이면서 다시 빚만 늘고 있다”며 “2년 전에도 아내가 울면서 말렸는데 또 삭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자식한테 빚을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게 소원”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2022년 말 일몰된 안전운임제의 재입법을 국회에 요구하며, 지난 11일 삭발과 국회 앞 농성을 시작으로 2박3일 상경투쟁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항구적 재도입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차종 확대 △안전운임의 구체적인 현장 적용을 위한 법 근거 마련 등을 주장하고 있다.
화물운송 시장은 주로 대기업인 화주가 운수사에 화물운송을 위탁하면 화물기사들이 운수사에서 일감을 받아 자신의 화물차로 운송하는 구조다. 운임은 사실상 화주들이 결정하는데, 최저가 입찰과 다단계 계약 등을 거치면 화물기사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든다. 이에 적정 운임을 법으로 보장하면, 수입을 메우려고 과적·과속·과로에 내몰려온 화물기사와 도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취지에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운수법) 개정을 통해 안전운임제는 2020년 1월부터 3년 일몰로 시행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안전운임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폐지로 돌아섰고, 이에 화물연대는 2022년 두차례 파업을 했지만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 대응 속에 안전운임제는 그해 일몰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폐지 이후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씨는 “안전운임제 시행 땐 운임이 건당 44만7천원이었는데, 지금은 31만원으로 떨어져 월 소득도 400만원에서 200만~250만원으로 줄었다”며 “소득을 메꾸려면 더 많이 일해야 해서 과속, 과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지난해 6~7월 조합원 316명을 조사한 결과, 월 소득은 2022년 378만원에서 안전운임제 폐지 이후인 2023년 241만원으로 줄었고, 월평균 노동시간은 같은 기간 264.5시간에서 309.2시간으로 늘었다. 또 ‘졸음운전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70.3%, ‘과속이 증가했다’는 66.4%로 사고 위험도 늘었다고 답했다.
백두주 한국안전운임연구단장은 이날 열린 안전운임제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안전운임제를 재입법해 시행한다면, 화물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안전사고 위험을 계속 줄여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8월부터 운송업 종사자의 보수·노동시간의 최저기준을 정하고, 화주·원청업체에 노동 기준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오스트레일리아형 안전운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재입법 논의는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재도입 내용을 담은 화물운수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삼고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화주-운송사 간 운임을 강제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표준운임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여당은 대기업 화주의 책임을 없앤 표준운임제를 포기하고, 야당과 함께 안전운임제 논의에 적극 나서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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