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쓰려면 300원 내세요” 돈 아끼려다보니…쓰레기까지 팍 줄었다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300원씩 아끼면서 쓰레기도 줄인다니”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으면 300원을 더 내야 한다. 물론 일회용컵을 돌려주면 환급받는 돈이지만, 매번 반납하는 것도 일이다. 그럼 가장 현명한 방안은?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것. 불필요한 300원을 낼 필요도 없고, 반납에 번거로울 일도 없다. 그리고, 일회용컵 쓰레기도 줄인다.
이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방안이 실제 제주도에서 실행됐다. 2022년 12월부터 제주도에 도입된 일회용컵 보증금제. 카페 등에서 음료를 주문 시 공짜로 줬던 일회용컵에 300원씩 보증금을 매기고 반환 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텀블러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증가폭로는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지역보다 9배에 달했다. 제주에서 성공 사례를 확인한 만큼, 길 잃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다시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1일 환경단체 녹색연합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시행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노우영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기획경영실장은 “제도 시행 지역 내 텀블러 사용량 증가에 따른 일회용컵 사용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며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플라스틱 사용 저감 정책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서 7개 브랜드의 제출 자료를 토대로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에서 텀블러 사용량(1~7월 기준)은 2022년 2만2979개에서 2023년 7만805개로 늘었다. 불과 1년 새 180.4% 증가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됐던 세종에서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2년 6890개에서 2023년 1만2369개로 79.5% 늘었다.
같은 기간 제주와 세종 이외의 지역에서 텀블러 사용은 2022년 96만3050개에서 2023년 123만7777개로, 증가율이 20.6%에 그쳤다.
제주에서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텀블러 사용을 늘리고 일회용컵 사용을 줄일 수 있던 비결은 ‘엄격한’ 제도 시행에 있었다는 게 공통된 해석이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인 카페 사업자들의 참여율이 94.6%, 소비자들의 반환율도 73.9%에 달했다. 회수한 일회용컵이 900만개 가량이었다고 한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제주와 세종의 미이행 매장에 대한 행정 조치에 대한 자료에서 제주는 8개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했고, 세종은 어떠한 조치도 있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높은 매장 참여율과 반환율은 제주도가 실질적으로 행정력을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소비자들도 원했기 때문에 이같은 성과가 가능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한국환경회의, 녹색연합,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의 제주도민 인식조사에 응답자의 82%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제도 유지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85%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시민들은 이미 보증금제를 도입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의식이 높아진 상태”라며 “다회용기 사용이 늘어나는 순기능에 대해 크게 호응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가능성을 봤음에도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금, 힘을 잃었다. 제주와 세종에서 1년 간 시범사업 후 전국으로 확대 시행이 예정돼 있었는데, 돌연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율 운영하는 방식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자율 시행하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세계에서 최초로 입법화했으나 일회용품 사용 금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와 세종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해야 하는 대상 카페는 총 704곳인데, 지난달 기준 283곳에서만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이행되고 있다. 전국 확대 시행을 기대했던 2023년 10월에는 513곳에서 이행됐었다. 정책이 바뀌면서 꼭 1년 만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하는 카페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견에도 불구하고,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확대 시행해야 하는 이유. 일상에서 일회용컵 쓰레기를 억 단위로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철 처장은 “2023년만 해도 1회용컵은 9억4000만 개나 버려졌으며 이 중 플라스틱 컵은 약 60%인 5억6000만 개나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일회용 포장재 전반의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 문화를 확산하는 출발점이 될 거란 시각도 있다. 한번 보증금제 체계가 마련되면 일회용컵 외에도 페트병이나 다회용기까지 적용할 수 있어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국제플라스틱협약에서도 생산자 책임 강화 측면에서 보증금제도가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인프라 구축 등의 비용 문턱을 해결하면 편리하게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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