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시장 변화 예상 못 해”… 고개 숙인 고려아연

“투자자 우려 등 감안 않고 긴급 결정
피드백·당국 요구 논의 다시 계획 발표”
13일 이사회… 유상증자 철회할지 주목

고려아연이 최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긴급하게 결정하면서 “시장 상황 변화 등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해 우려를 키웠다”고 12일 공식 사과했다.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할지 주목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 답변 과정에서 이같이 사과했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앞. 연합뉴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결정을 “집중된 지배구조를 소유 분산 구조로 바꾸고 분쟁 완화와 국민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목표로 발표했는데 시장의 상황 변화와 기관투자자, 소액 투자자들의 우려, 금융감독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급하게 결정했는데 추진 당시에는 충분히 예상치 못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무겁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던 고려아연이 지난달 23일 자사주 공개 매수 직후 이와 반대되는 성격의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금융감독원은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나섰고 지난 6일에는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며 “지난 정기이사회 때 심각하게 여러 고려를 하자고 했고 사외이사들이 별도로 논의하는 등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머지않은 시점에 내부 논의와 시장의 피드백을 수렴해 주주들의 우려와 당국 요구를 검토한 계획을 다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아예 유상증자를 철회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고려아연 측은 “유상증자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 자리에서 철회를 말하긴 어렵지만 만약에 철회하더라도 (상장폐지·주주 피해 등) 여전히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모 외에 부작용을 해소할 여러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고려아연 지분을 1.36%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 영풍은 전날보다 3.08% 오른 46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MBK·영풍 측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늘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