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양아였다고?" 20년 키워준 부모와 절연 '무호적자'에 '성본' 창설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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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쯤 태어난 직후 복지시설로 옮겨져 보호를 받던 A씨는 다음 해 1월 충남 홍성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A씨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20년간 키워준 양부모에게는 입양된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도 들었다.
올해 5월 양자 간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A씨는 지난 8월 양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최종 말소돼 '무적자'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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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입양 사실 모른 상태서 살아
양부모와 갈등 끝에 파양, 호적 상실도
공단, 가족관계등록부 창설·개명 도움
1997년 12월쯤 태어난 직후 복지시설로 옮겨져 보호를 받던 A씨는 다음 해 1월 충남 홍성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양부모는 가슴으로 품은 A씨를 20년간 애지중지 보살폈다. 남들처럼 친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추호의 의심도 없던 A씨는 그러나 올 초 자신이 친자식이 아닌 복지시설을 통해 입양됐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양부모가 알려준 본인의 생일도 사실은 입양된 날이었고, 실제 태어난 생년월일은 알 수가 없었다. A씨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20년간 키워준 양부모에게는 입양된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도 들었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방황하던 A씨는 양부모와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결국 집을 나왔다.
양부모도 더 이상 함께 지낼 수 없다고 판단, A씨를 상대로 법적 파양을 구하는 취지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5월 양자 간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A씨는 지난 8월 양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최종 말소돼 '무적자' 신세가 됐다. A씨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출생의 비밀을 풀어줄 단서나 기록을 찾지 못했다. 다시 세상에 홀로 남게 된 그는 법적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막막했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A씨의 법적 신분을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A씨의 성과 본의 창설을 요청하는 심판을 법원에 청구했다. 대전가정법원 홍성지원 남성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8일 "A씨에게 성본을 창설하는 것을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성과 본을 새로 갖게 된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및 개명 등 공단의 도움을 통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김상윤 변호사는 "파양으로 다시 하루아침에 천애고아, 무적자가 된 A씨를 도와 신분회복 법률 지원에 성공한 사례"라며 "이번 판결을 통해 법률구조 제도가 경제·사회적 약자 권리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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