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우리는 실패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우리는 실패를 성공의 씨앗이라 부른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을 찬양하며, 스타트업 기업의 실패에 대하여도 일면 너그러운 듯한 태도를 보인다. KAIST는 실패 주간을 만들어 실패의 순간을 포착하라(Capture the failure Moments)는 펼침막을 만들고, 망한 과제 자랑 대회를 열기도 하는 등 실패 이후 회복탄력성, 유연성을 기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때때로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이는 당신이 획기적인 시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이다”는 우디 앨런이 했다는 말을 인용하며 실패가 필수적인 것처럼 이야기도 한다. 완전한 실패는 없다고 하며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패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법률의 관점에서, 법원의 광장에서 맞이하는 실패는 수많은 법적 처벌을 그 대가로 요구하고 있다.
사업을 하다 실패를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투자금이나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돈을 편취할 생각이었던 사람도 있지만, 나름 우리사회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에게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대책 없이 시도를 해서 실패를 했으므로 사기이다”라는 ‘미필적 고의’논리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실패를 무릅쓰고 사업을 하는 것인데 실패 자체가 범죄가 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지금은 쿠팡이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쿠팡도 만일 초기 적자가 났을 무렵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지 못해 부도가 났다면, 적자 기업을 운영하면서 추가 투자가 없을 경우에 대한 대비 없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은 것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을 것이다.
또한 예기치 못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회사가 망하는 것을 물론 사업주가 온갖 법 위반 등으로 감옥신세를 지어야 할 가능성도 많다.
국민적 공분을 등에 업고 먼지털기식 수사를 통해 모든 정책적 결정에 대하여 ‘배임죄’라는 불법의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기업인 처벌공화국’으로 알려진 것은 배임죄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현 금융감독원장이 배임죄 폐지를 언급하기에 이르고 있다.
또 환자 치료과정에서 실패해도 담당의사등 의료진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몇 년을 고생하기도 한다. 이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도, 감염관리 미비와 기형적인 수가체계, 고질적 인력 부족 등 병원 시스템 실패의 책임을 개별 의료진에게 물어 대학교수 등 의료진을 구속했던 일의 후유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위 사건 관련 의료인들은 모두 무죄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소송이 이어지는 5년 동안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113.6%(2018년)에서 25.5%(2023년)로 추락했고, 교과서대로 치료해도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환자가 사망하면 소송에 걸리고 감방 갈 수 있다는 생각,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피부·성형보다 돈은 못 벌면서 위험 부담은 훨씬 크다는 자각이 퍼지게 된 계기가 되어, 소위 바이탈과의 지원이 더 크게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IMF 구제금융 후 위기 대응을 잘못했다는 강경식 경제부총리 등 소위 ‘환란주범’ 으로 몰린 공무원들도, 론스타 펀드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했던 변양호 국장 등 고위 경제관료들도 줄줄이 재판을 받으며, 정책적 판단에 대한 형사 처벌 시도가 온당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차라리 일을 하지 말고 납작 엎드려 있자는 관료들의 대응이 회자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검찰은 누구나 풀어줄 수 있는 검찰이자 누구나 잡아들일 수 있는 검찰’이라는 비판 속에서 기소된 공무원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오랜 시간 구속되어 몇 년씩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실패를 맞이할 때, 손쉬운 희생양 찾기 보다, 힘들지만 실패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비책 등 배움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기를 희망하면서, 선의의 실패자에게 채찍만이 아닌 정당한 평가와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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