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권이 초래한 ‘의료공백’…지방정부 곳간 털어 메꾸나

김기성 기자 2024. 11. 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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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의 요구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가 재난관리기금에서 빼내 집행하거나 집행할 예정인 돈이 2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3)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재난관리기금은 자연재해나 대형 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스스로 일으킨 의료대란의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무책임하고 모순적인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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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재난관리기금 2천억원 넘게 손 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천명 확대에 반발해 전국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낸 가운데, 지난 2월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안과병원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의 요구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가 재난관리기금에서 빼내 집행하거나 집행할 예정인 돈이 2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와 의료계 갈등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의 손실을 지방정부의 곳간을 털어 막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비상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각 지자체가 자연·사회 재난으로 피해를 본 시설에 대한 응급 복구나 긴급 조처를 위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지자체는 최근 3년 동안 지방세법에 따른 보통세 수입결산액 평균의 1% 이상을 해마다 적립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의료공백 사태가 ‘보건의료 분야 국가 핵심 기반의 마비’라는 재난 상황에 해당한다”며 이런 특례를 신설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전국 지자체에 재난관리기금 1712억원을 추가로 투입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말까지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기금 341억원을 지출한 서울시는 앞으로 655억원을 추가 지출해야 한다. 이는 서울시 전체 재난관리기금 9961억원 가운데 10%에 가까운 996억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부산시도 지난 9월 말까지 21억원을 의료공백 사태에 썼지만, 앞으로 92억4700만원을 비상진료 의료인력 당직비와 채용비, 공공의료기관 휴일·야간 수당 등으로 추가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부산시 전체 재난관리기금의 11.8%에 해당하는 돈이라고 부산시는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27개 의료기관이 있는 경기도는, 지난 2월부터 응급실 전담의사 특별수당 등 80억원을 재난관리기금에서 빼내 지원했다. 하지만 의료공백 사태가 계속돼, 이들 병원의 응급실 등 비상진료 인력 신규 채용과 의료진의 야간·당직·휴일 근무수당 등을 재난관리기금 344억원을 들여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모두 424억원의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하는 것인데, 경기도 전체 재난관리기금 4182억의 10% 수준이다.

이 밖에 대구시는 100억원, 인천·경남 각각 79억원, 대전 74억원, 전북·충남 각각 60여억원, 광주 39억9천여만원, 충북 24억원 등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쓰일 돈은 모두 2101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난관리기금을 의료공백에 투입하는 것은 기금 적립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3)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재난관리기금은 자연재해나 대형 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스스로 일으킨 의료대란의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무책임하고 모순적인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도 “재난관리기금이 사실상 정치적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라며 “지난여름 폭염 피해 비용으로 많은 기금을 썼고, 앞으로 다가올 겨울 혹한이나 폭설 피해 때도 이 기금이 사용될 것인데, 정부가 초래한 의료공백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연말까지 3개월분에 해당하는 비상진료체계 유지 인건비로 요청한 건 1712억원이지만, 지금까지의 구체적인 집행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며 “기금 사용 요청은 행안부가 아닌 복지부 중대본에서 하고 행안부는 협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건복지부에서 지역별로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얼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참고로 전달하는 것이고,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기성 이준희 기자, 전국종합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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