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살사망보고서 최초 전수 분석, 어떻게? [청소년 마음건강 심층 기획]

진태희 기자 2024. 11. 12. 19: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이제 10대 청소년들의 상황도 심각한 위기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청소년 자살률은 1983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었는지, 왜 막을 수가 없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겠죠.


EBS는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었던 '학생자살사망사안보고서' 7년 치의 분석 자료를 처음으로 입수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었던 건지,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겠습니다.


[VCR]


지난해 초중고 학생 자살 사망자 214명

10대 청소년 사망원인 1위 '8년째 자살'


"사인·징후·학교 대처" 담긴 '자살 예방 열쇠'

'학생자살사망사안보고서' 첫 전수분석


'마음건강' 문제 보인 자살 학생 

6년 새 '4배 폭증'


그러나 포착하기 어려운 '마음의 병'

"학생 72.9%, 자살 전 변화 없었다"


선별 후 지원 한계

'보편적 예방교육'으로 패러다임 전환 절실




------




서현아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기자와 조금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태희 기자 나와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학생자살사망보고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를 굉장히 세밀하게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이 자료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진태희 기자

청소년 자살률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해마다 전해드리면서, 저도 마음이 아팠는데요.


지난해엔 특히 상황이 심각해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아이들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 중 하나가 '학생자살사망사안보고서'인데요.


학교에서 스스로 숨진 학생이 발생하면 교사가 작성해 교육청에 제출하는 서류입니다. 자살 학생의 출결 현황이나 학교생활부터 또래관계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적힌 기록인데 분량도 사안별로 10페이지 가까이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성격이나 건강상태는 어땠는지, 최근 1년 이내로 가족이나 친구, 학업 문제를 겪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주변 지인이 사망한 경험이 있었는지, 최근 1년 안으로 자해나 자살 시도를 했는지, 사망 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문항도 있습니다. 


취재팀은 이 보고서를 분석한 연구 보고서를 전수 입수해, 처음 생산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년 치를 살펴봤습니다.


서현아 앵커

보고서 표준에 보니까 학교 보고 기반의 심리부검이라고 되어 있는데, 7년치 자료 분석하면서 해마다 상황이 같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까?


진태희 기자

학생 자살사망 사안 보고서 문항은 해마다 거의 같았습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는 좀 달랐습니다. 


2021년, 2022년 보고서는 특히 코로나19 전후로 스스로 숨진 아이들의 마음건강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주목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사회관계 단절을 경험한 아동·청소년은 정신건강 문제에 취약한 위험군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는데요.


자살률의 증가세 역시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겁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지난 2019년 '자발적 고립' 지표가 교우관계 문항에서 새로 등장했단 점입니다.


자발적 고립을 겪었던 자살 학생은 2019년 첫해에 3%에 불과했는데요.


그런데 2020년 11%로 갑자기 폭증하더니,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21%,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자살한 아이가 크게 증가한 겁니다.


소위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은 생활 반경이 집이나 방 안으로 좁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들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은데요.


이들에게 학교와 가정에서 좀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회적인 고립과 자살의 상관관계도 일부는 확인이 되는 상황이네요.


보고서 분량이 막대한 만큼 이 통계 지표도 굉장히 다양했을 것 같은데 보도에서는 극히 일부만 다뤘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진태희 기자

우선 자살 보도 권고기준을 준수하고, 학생들의 마음건강 상태를 분석한다는 관점에서 가장 공익적 필요가 있는 정보만 추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이나 장소, 동기, 어느 지역에서 자살률이 높다는 식의 정보는 알리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저희가 얻는 정보가 워낙에 민감한 만큼, 철저히 전문가 자문을 거쳐서 실제 보도할 지표를 추렸는데요.


특히 보고서가 사후에 주로 교사의 관찰을 토대로 작성된 만큼, 주관적일 수 있다는 한계를 고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7년부터 2023년 사이에 평균 94%(중복),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에게 자살예방교육을 시행했다고 답했고, 교내에 위기관리위원회를 갖추고 있었다는 응답도 85.5%(중복)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형식적 운영이었을 가능성이 있고, 위기관리위원회 역시 몇 번 개최했는지보다 무엇을 논의해서 어떻게 개입했는지, 양보다 질을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기획 보도에서 다뤄졌거나, 아쉽게 다뤄지지 못한 통계들을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기사도 함께 제작하고 있는데요.


올해 11월 말 EBS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 자료들을 처음으로 전수 분석해서 드러난 점 중 하나가 자살한 학생들의 마음의 병이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진태희 기자

자살 전 학생들은 단순히 한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니었습니다. 


학업과 가족, 개인 문제의 비중이 고루 높게 나타났는데, 평균 2개의 문제가 중복되는 등 복합적인 양상을 보였습니다.


학생의 자살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됐는데요.


자살 전 행동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평균 73%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7배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서적인 측면에선 이미 징후가 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자살한 아이들의 절반 가량은 사망 전 두 달 이내로 정서 행동 문제를 겪었고, 정신질환을 진단받는 비율 역시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행동의 측면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렇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징후가 있었을 것이다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학교 안에서 이런 정보로는 위기 학생들이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진태희 기자

학교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마음이 힘든 학생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3년마다 한 번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인데요.


여기서 문제가 발견되면 '관리군'으로 분류돼 지원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 자살한 학생 10명 중 7명은 정상군으로 분류됐습니다.


검사부터 학교 관찰까지 모든 경로로 넓혀봐도, 지난해 자살 전 위기 학생으로 파악된 비율은 전체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자살한 학생 2명 가운데 1명은 학교의 안전망을 벗어난 상태에서 숨진 셈입니다.


학교의 노력에도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아이들을 발견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그래서 학생 정신건강에 대응하는 패러다임을 아예 바꿔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위기 학생을 선별해서 지원하는 데서 더 나아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마음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해외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정서교육이 정규교육에서 보편화된 추세인데요.


국내에서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음 학기제'를 도입한 대구에 이어, 인천에서도 '사회정서학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물론 이 얘기가 지금까지의 노력이 전혀 의미가 없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겠죠.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또래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교육당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시사한 점도 있었다고요.


진태희 기자

마음의 위기는 마치 감염병처럼 확산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취재진은 청소년 자살이 또래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혀낸 연구 보고서도 입수했는데요.


학생 자살이 있었던 학교에 다니던 재학생 25%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등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10%는 우울증 증상을 호소했고, 5%는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들을 위한 지원은 더딘 상황인데요.


남겨진 학생들에게 응급 심리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경우는 평균 18%. 다섯 곳 중 한 곳은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안 발생 이후 필요한 조치들이 워낙 많다 보니, 교사 개인이 혼자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교사들은 사안 발생 이후에 가장 어려운 문제로 사후 조치 의사결정, 유족 대응, 학교 구성원 심리 지원 순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연구진은, 매뉴얼이 있더라도 전문상담교사 혼자 기존의 업무에 더해 학교 전체에 필요한 사후 지원을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도 단위나 광역시 단위 교육청에서 상시 가동 가능한 외부 사후 개입 지원팀 구성을 필수화하는 방안을 향후 과제로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까지 언론사 최초로 자살로 숨진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 상태를 기록한 보고서를 분석해서 시사점까지 살펴봤습니다.


저희 기획 보도는 앞으로도 이어지는데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 교육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생하게 취재해서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태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