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0조로 뛴 HMM…본사 부산행 걸림돌 되나

박태우 기자 2024. 11. 1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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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지분 증가하고 인수금 급등
- 매각 재추진 여부·일정도 불투명
- “로드맵부터 구체화해야 진전”

국내 유일의 장기 컨테이너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본사 부산 이전이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된다. 매각 재추진 일정이 불투명하고, 정부 지분이 높아져 인수 대금도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매입자가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계 기관이 민영화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매각 로드맵’부터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HMM의 매각 추진이 불투명해지는 등 본사의 부산 이전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HMM 타코마호가 바이오 선박유를 급유받고 있다. 국제신문DB


▮매각·부산 이전 공감대

해양진흥공사(해진공) 안병길 사장은 12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HMM 매각과 관련, “개인적으로 부산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매각 시 새 주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HMM은 국가 기반 해운사이고, 세계 8위 해운사다. 무조건 돈을 많이 주는 기업에 매각할 수는 없고, 글로벌 해운 강국이 되는 데 역할을 할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진공은 산업은행에 이은 HMM 2대 주주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달 1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민간 주인 찾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부처에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는 잘 성장하고 있는 선단과 우리 물류, 무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국회에서도 HMM 본사 부산 이전에 공감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던 안 사장은 국회에서 열린 강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부산항 물류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강 장관도 “안 의원의 의견에 공감한다. 부산시 해양수산부 정부 측 의견을 잘 받들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지역 상공계도 HMM 매각과 본사 이전에 힘을 모으고 있다. 부산상의는 지난 8월 30일 열린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 초청 상공인 간담회’에서 HMM 본사 부산 이전을 5대 지역 현안 중 하나로 포함시키고 정치권의 역할을 촉구했다.

▮매각 재추진 시기 불투명

정부와 관계 기관, 지역 상공계 등이 HMM 매각과 본사 부산 이전에 뜻을 함께하지만 매각 추진 시기는 물론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 변수다. 우선 정부 지분과 인수 대금이 커져 매각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의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은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산은 지분은 30.87%에서 33.73%, 해진공은 30.38%에서 33.32%가 됐다. 두 기관의 지분을 합치면 67%가 넘는다. HMM의 시가총액은 12조~13조 원 수준이고, 채권단 지분은 9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산은과 해진공은 영구채 약 7200억 원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어 내년 만기 도래 때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총지분이 70%를 넘고, 가치는 10조 원에 이를 수 있다.

해운업계는 국내 기업 중 10조 원 규모의 거래를 감당할 기업을 찾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 지분 일부만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인수 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운업이 호황인 것도 매각이 당장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정부로서는 급할 게 없어서다. 최근 해운업은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홍해 사태 덕에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13일 발표되는 3분기 HMM 영업이익이 1조1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HMM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00% 이상 급증하게 된다. 또 지난해 영업이익(5848억 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1개 분기 안에 버는 셈이다.

안 사장은 “HMM을 정부가 언제까지 쥐고 있을 수는 없고 매각을 해야 한다”면서도 “매각 시기 등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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